'온갖 제재에도 이란 못바꿨다'…美서 최대압박 전략에 회의론
WP "트럼프의 군사적 선회, 최대압박 한계 노출…北·베네수엘라도 입장 안바꿔"
폼페이오 "최대압박 틀림없이 작동…이란 정상국가 행동하게 열심히 시행" 반박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이란 군부실세에 대한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이란 최대압박 전략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겨냥해 경제제재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최대압박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대외기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대압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 ABC방송 일요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 진행자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는 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대이란 최대압박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지 물었다.
최대압박에 대응해 이란이 미군 무인기 격추 등 잇단 공격에 나서지 않았느냐는 취지였다. 스테퍼노펄러스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해 최대압박 작전으로 선회하기 전까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했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이란 보복공격 땐 52곳에 반격할 준비돼 있다" 경고 (Trump, Iran, soleimani) / 연합뉴스 (Yonhapnews)
폼페이오 장관은 "틀림없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핵합의는 끔찍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도록 우리의 전략을 열심히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위) 선회는 경제적 최대압박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대압박 작전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WP는 대이란 경제적 압박을 위해 개인과 기관, 기업 등 1천 곳 이상에 대한 제재가 이어졌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란의 새로운 핵합의 체결과 정상국가 복귀'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어느 쪽도 곧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대압박 전략을 토대로 한 온갖 제재가 이란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의 행동을 바꾸거나 핵협상에 나서게 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대압박 전략이 싸움을 군사적 영역으로 밀어붙이면서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자체적 최대압박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WP는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바버라 슬라빈 국장은 WP에 "이란이 코너에 몰린 게 아니다. 우리가 코너에 있다"면서 "미국이 지금 뭘 더 할 수 있나? 우리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제재했다. 뭐가 남았나?"라고 반문했다.
보수성향 카토연구소의 존 글레이저 외교정책연구국장도 "트럼프가 취임할 때는 (이란과의) 채널이 있었다. 지금은 없다. 이란이 무엇을 하면 (제재가) 해제되는지 신호를 주지 않고 제재를 부과했다. 폼페이오의 요구는 외교정책을 전부 내던지고 전체 시스템을 개혁하기까지 해제는 없다는 말이나 같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대압박 작전이 이미 대립관계였던 미-이란 관계를 악화시킨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미국의 최대압박 전략은 이란은 물론 북한과 베네수엘라에도 적용됐지만 어느 정부도 항복하거나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북한 역시 미국에 제재완화와 체제보장을 포함한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제재에 대응할 자력갱생 기조와 함께 '새 전략무기 공개 및 충격적 실제행동'을 공언한 상태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