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중국산 성탄절 조명 베트남산으로 '라벨갈이'
관세 피하려 원산지 숨긴 채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 급증
트럼프 "베트남은 무역남용국" 비판하며 철강에 관세 400% 부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지난 2년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베트남으로도 튀었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해 베트남을 거쳐 원산지를 속이는 일명 '라벨갈이'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늘자, 미국은 베트남에 관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의 베트남산 크리스마스 조명 수입이 급증한 점을 조명하며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베트남이 처하게 된 '복잡한' 상황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미국의 베트남산 크리스마스 조명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중국산 조명 수입은 49% 떨어지면서 거의 반 토막 났다.
올 5월 미국이 중국산 크리스마스 조명의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까지 올리자 베트남산이 대체재로 부상하며 수입량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산 조명의 일부는 사실 중국산이 무늬만 베트남산으로 둔갑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상점 주인인 응우옌 티 하는 "일부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 온 부품을 조립해 조명을 만든다"며 "직접 생산하는 것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산 부품의 공급은 올해 특히 늘어났다고 현지 상점 주인들은 블룸버그에 전했다.
중국제가 '메이드 인 차이나' 레이블만 뗀 채 베트남을 경유해 해외로 팔리는 일은 크리스마스 조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베트남 정부 자료에 의하면 올해 베트남 대상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세 자릿수의 급성장세를 기록했다.
베트남 관세청의 세관 통제 및 감독 관련 부서장인 아우 아인 뚜언은 이런 투자가 그저 중국산 부품을 조립할 시설을 건립하려는 목적인지 파악하기 위해 당국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관 당국은 올해 들어 '가짜 레이블'과 관련된 대규모 수출 사례를 지난 10월까지만 14건이나 적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은 베트남이 불법 환적에 가담했다며 베트남산 철강에 4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을 '무역 남용 국가'로 부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어놓기 전부터 베트남에는 불법 외국 투자가 존재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법 거래가 더욱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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