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43년만에 '총리직' 부활…새 총리에 마레로 관광장관
피델 카스트로 1976년 총리직 폐지…앞서 대통령직도 되살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쿠바에서 총리직이 43년 만에 부활했다고 BBC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마누엘 마레로 크루스(56) 관광부 장관을 이날 총리에 임명했다.
쿠바 총리직은 1976년 당시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폐지됐다. 앞서 카스트로는 1959년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뒤 스스로 총리가 됐으나 1976년 총리직을 없애고 공산당 총서기이자 국가평의회 의장이 됐다.
마레로 총리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보유한 권한을 일부 나눠 갖게 된다.
쿠바의 국영 온라인 매체인 쿠바데바테는 "정부의 대표(총리)는 공화국 대표(대통령)의 행정적인 오른팔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바 행정기관의 실질적 결정권은 공산당과 군부가 갖기 때문에 총리직 신설은 겉치레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마레로 장관의 총리 임명안은 쿠바 의회인 전국인민권력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았다.
국영신문 그란마는 관광부의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해온 정치인이라고 마레로 총리를 소개했다.
마레로 총리는 2000년 쿠바 군부가 운영하는 관광그룹인 가비오타의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2004년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으로부터 관광부 장관에 임명돼 쿠바 관광을 활성화하는 중책을 맡아왔다.
관광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쿠바에서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BBC방송은 마레로 총리가 계속 관광부 장관을 맡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마레로 장관을 총리로 임명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을 관리하는 능력을 특히 높게 평가했다.
그는 마레로 총리의 정직, 업무능력, 공산당과 혁명을 향한 충성심을 덕목으로 강조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건강악화로 2006년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동생인 라울에게 넘긴 후 2016년 숨졌다.
이후 라울도 작년 4월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디아스카넬에게 넘겼다.
그러나 라울은 공산당 총서기를 맡아 여전히 쿠바의 최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혁명 1세대들의 퇴장과 함께 쿠바는 효율적 통치가 필요하다며 올해 4월 헌법을 개정, 대통령과 총리직을 두기로 했다.
디아스카넬(59)은 올해 10월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며 임기는 2023년까지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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