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트럼프 탄핵소추…북미관계 가변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8일(한국시간 19일) 미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 소추를 받은 것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에 이어 세 번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개인적인 불명예일 뿐 아니라 취임 후 최대의 정치적 타격이다. '러시아 스캔들'에서 겨우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더 큰 시련에 직면한 것이다. 더구나 차기 대통령 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터진 초대형 악재로 재선 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불리는 권력 남용 혐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미끼로 민주당의 대권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압박했다는 것이고, 의회 방해 혐의는 지난 9월 하원의 탄핵 조사 이후 행정부 인사들에게 조사 비협조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물론 하원의 탄핵 소추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탄핵의 최종 결정권을 쥔 상원에서는 부결이 유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원과 달리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데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과 달리 상원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직이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이처럼 그 결말이 눈에 보인다는 점에서 그 자체보다 대선 레이스의 정치공학적 측면이 도드라진다. 일부에서는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면 선거에 악재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는 탄핵 소추의 단계 단계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결국 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도 결국 신뢰의 문제였고, 결국 이것이 낙선의 단초가 됐다. 소추안을 제출한 법사위의 제럴드 내들러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릴 만한 다양한 카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조바심에서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면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내외 현안에 매몰돼 북미 관계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참을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반대로 트럼프의 관심이 한반도로 향할 경우에도 북미 관계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상황의 가변성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에 오가는 말 폭탄을 보면 한반도 상황이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로 살얼음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이 말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변덕스러운 그의 평소 태도로 볼 때 돌연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골든타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그간 어렵게 이어온 평화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 의회,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한반도 평화가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조야의 기류 변화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미 국내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그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갖고 빈틈없이 대응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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