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정부시위 과격화…16세 소년 집단 흉기 피살
시위 장기화하면서 군경 발포 외 혼란 틈탄 폭력 행위 빈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에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반째 이어지면서 군경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과 더불어 시민 사이에서도 참혹한 폭력 행위가 발생하는 양상이다.
이라크 현지 언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알와트바 광장에서 하이삼 알리 이스마엘이라는 이름의 16세 소년이 흉기로 17차례 찔려 살해된 뒤 거리의 신호등에 거꾸로 매달리는 흉측한 사건이 났다.
이 소년이 살해된 경위는 분명치 않다.
소년은 반정부 시위대가 자신의 집에 접근하자 공중으로 권총을 쐈고, 이에 흥분한 시위대 일부가 집단으로 달려들어 이 소년을 거리로 끌고 나와 구타하고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일부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 소년은 최근 사흘간 자신의 집 근처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조롱했고 사건 당일엔 집 지붕에 올라가 공중으로 권총을 발사해 시위대를 위협했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또 이 소년이 최근 며칠간 그의 집 앞에서 타이어를 태우며 소리치는 시위대와 싸운 데다 시위대가 소년의 여성 친척을 희롱하기도 해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었다는 진술도 보도됐다.
그런가 하면 마약 거래 혐의로 현상 수배를 받은 이 소년이 경찰을 피해 도주하다 총을 난사해 시민 6명을 살해했고 다른 시민들이 그를 제지하면서 집단으로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SNS 상엔 친정부 편에 선 이 소년이 시위대를 저격하는 역할을 하다 시위대에 들통나 잔혹하게 살해됐다는 소문부터 과격한 시위대에게서 어머니를 지키려고 총을 든 그를 오해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참사를 당했다는 주장이 게시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 동영상을 보면 신호등에 매달린 소년을 끌어내린 이들은 경찰의 트럭에 시신을 옮긴 뒤 다시 흉기로 가해하는 잔인함을 보였다.
이들 보도와 SNS상의 목격담, 동영상을 종합해보면 이 소년이 살해된 동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부 시위대가 그를 흉기로 살해해 거꾸로 매달았고 현장에는 군경이 있었지만 이를 방관 또는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아파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13일 "이라크 당국이 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라크에선 반정부 시위가 초기에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장기화하면서 군경의 발포 외에도 혼란을 틈탄 살해, 납치, 방화 등 시민에 대한 폭력행위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이달 7일에는 무장한 괴한 일당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총을 난사해 시민 25명이 숨졌다. 시위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약 8주간 군경의 발포로 사망한 시민도 450명 정도에 달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 낸 성명에서 "이라크 당국은 시위대를 겨냥한 폭력 행위를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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