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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우해체가 정부정책 탓?…판결문은 '방만경영'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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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우해체가 정부정책 탓?…판결문은 '방만경영' 지적
故김우중 회장 생전 "해체원인 잘못 알려져…정부정책탓 금융막혀" 주장
민·형사재판부 "무리한 세계경영으로 경영부실"…분식회계도 지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별세하면서 그의 공과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 맥락에서 20년 전 대우그룹 해체가 주로 김 전 회장의 경영실패 탓인지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때문이었는지도 새롭게 관심을 모은다.
김 전 회장 측은 대우그룹이 1999년 해체한 것은 김대중 정부 고위 경제관료들과의 갈등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전직 대우그룹 임직원들 500여명이 참석한 '대우특별포럼'에서 "방만한 경영을 하고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대우그룹 해체가 사실과 달리 알려져 있다"며 "이제는 시간이 충분히 지났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고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4년 출간한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회고록에서도 "대우에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 갑자기 단기차입금을 늘린 게 아니다"라며 "제일 문제가 된 것은 수출 관련 금융이 막혔던 것"이라고 강변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을 겪던 대우그룹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정부가 기업어음 보유한도제와 회사채 보유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그룹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 전 회장 관련 사건을 처리한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대부분 배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5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게 분식회계와 횡령·배임 혐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8년6월과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무리한 해외사업 확대와 부실기업 인수 등으로 부실경영을 자초했고, 이를 만회하고자 분식회계를 시도해 결국 투자자는 물론 국가에도 막대한 피해를 불렀다고 판시했다. 이런 내용의 판결은 같은 해 11월 2심에서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 형사재판 판결문(2006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6부)과 대우그룹 투자자가 낸 손해배상소송 판결문(2008년 4월 16일 서울고법 민사 12부)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98년 1월 대우중공업의 부채가 자산을 697억원 잠식했는데도 '자기자본이 2조8천273억원에 이르고 당기순이익에서 947억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으로 회계보고서를 조작했다.
이어 이듬해 1월에도 당기순이익에서 1조9천618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1천616억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으로 회계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법원은 이미 1980년대부터 대우그룹의 심각한 자금난이 계속됐고, 이를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그룹 계열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김 회장이 분식회계를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이 '성공 신화'의 원천으로 꼽았던 '세계경영'이 경영부실을 불러온 주원인이라고 꼽았다.
법원은 "1993년 세계경영을 선언하면서 유럽 진출을 확대한 뒤 1998년 쌍용자동차 인수 등 부실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소요자금을 대부분 금융차입에 의존했고, 결국 이자 등 금융비용의 과다한 증가로 재무구조와 경영성과가 부실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무제표를 조작해 당기순이익을 허위로 증가시키고 국내 회사자금을 해외 금융조직에 불법으로 유출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다"면서 "자체 자금능력을 도외시한 채 세계경영을 표방하면서 무분별한 해외투자에 나섰고 그로 인해 1996년부터는 그룹 계열사 모두가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외환위기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의 방만한 경영이 계속됐고, 결국 이 같은 경영부실이 그룹 해체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형확장을 계속하면서 결국 그룹 계열사의 자체 생산능력으로는 금융기관 총여신에 대한 이자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근본적 구조조정이 없이는 그룹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부실기업인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등 자구 노력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이라고 대우 측이 주장한 기업어음 보유한도제와 회사채 보유제한 조치도 김 전 회장이 자초한 경영 위기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을 뿐 그룹 해체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법원은 "경영부실을 겪던 대우그룹은 상대적으로 발행이 용이한 기업어음 및 회사채의 발행 확대를 통해 자금조달을 꾀했고 결국 정부가 기업어음 보유한도제와 회사채 보유제한 조치를 할 무렵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각 보유한도를 초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 조치 이전에 이미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남발한 상태여서 더 이상 자금조달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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