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대선 '박빙' 속 야당 후보 우세…당선 확정은 보류
중도우파 라카예 포우, 좌파 여당 마르티네스에 1.2%P 앞서
선거당국 "검표 후 28∼29일 결과 발표"…15년 만에 정권교체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우루과이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우파 야당 후보 루이스 라카예 포우(46)가 박빙 속 우세를 보였다.
다만 후보 간 격차가 근소해 선거관리당국의 당선 확정은 보류됐다.
25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일간 엘파이스의 웹사이트에 공개된 개표 상황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의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국민당의 라카예 포우가 48.71%를 얻었다.
47.51%를 득표한 중도좌파 여당 광역전선의 다니엘 마르티네스(62)에 1.2%포인트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달 27일 1차 투표에서는 몬테비데오 시장 출신의 마르티네스가 39%, 라카예 포우가 29%로 1, 2위를 차지했는데 결선 양자 대결을 앞두고 보수 야권이 연합하며 보수표가 결집했다.
다만 우루과이 선거재판소는 두 후보의 득표율이 너무 팽팽해서 이날 중 당선인 발표가 어렵다며, 검표 후 28일이나 29일에 당선자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카예 포우 후보는 개표 막판 지지자들 앞에 나와 "결과가 뒤집힐 수 없다고 본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변호사 출신의 라카예 포우는 1990∼1995년 집권한 루이스 알베르토 라카예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상·하원 의원을 지냈고 5년 전 대선에서도 결선에 진출했던 대선 재수생이다.
당선이 확정되면 그는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에 이어 내년 3월 1일 5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우루과이엔 15년 만에 다시 우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중도 성향 콜로라도당과 보수 국민당 양당이 100년 넘게 번갈아 집권했던 우루과이에선 2004년 광역전선이 좌파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후 15년간 굳건히 여당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변화를 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경제 성장 둔화와 범죄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인구 346만 명의 우루과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7천 달러로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강소국인데 최근 성장이 둔화해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이 0.1%에 그쳤다. 물가 상승률은 연 7.5%에 달했고, 실업률도 9.0%로 높아졌다.
중남미 국가 중 상대적으로 좋았던 치안도 최근 조금씩 악화했다. 지난해 살인 사건은 414건으로, 전년도보다 45% 급증한 역대 최다였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중남미 전문가 로버트 우드는 AFP통신에 "유권자들은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난 이후 경제 성장의 정체와 높은 실업률, 범죄율 증가에 지쳤다"며 "라카예 포우가 상황을 개선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5년간의 빈곤율 감소 성과 등을 강조한 마르티네스 후보도 여론조사보다 격차를 좁히며 뒷심을 발휘했다.
우루과이 정권이 교체되면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승리하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화색을 띠었던 중남미 좌파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퇴진에 이은 우루과이 대선 패배로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된다.
한편 바스케스 대통령은 최근 중남미 각국의 혼란을 언급하며 우루과이에선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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