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정부시위 확산일로…주요도로 차단·이란 영사관 공격
"시민 불복종 운동 전개"…유전 지역까지 영향 번져
수도 바그다드·시아파 색깔 강한 남부 중심으로 격렬하게 진행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두달째에 접어든 이라크 반정부 시위로 주요 도로가 차단되고 휴업과 파업이 확산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한 주의 업무가 시작된 3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시아파 지역 일대에서 시민 수만명이 도심 주요 도로를 차단한 채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도심 도로와 교량에 차량을 세워 통행을 봉쇄하고, 학교에서는 연좌 농성을 벌였다.
교사 노조는 지난주 돌입한 파업을 연장했다.
시위대는 높은 실업과 열악한 공공서비스를 거세게 비판하고, 정치개혁과 부패척결 등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힌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시장, 학교, 대학 운영을 재개하고, 도로 통제를 풀라고 시위대에 촉구했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라고 시위대에 호소했다.
시위대는 그러나 총리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되레 높였다.
남부 나시리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모하마드 알아사디는 "정부의 거짓 개혁 약속으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기에 우리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시위대가 도로 차단용으로 동원한 바리케이드에 걸린 현수막에는 "시민의 명령으로 도로가 폐쇄됐다"는 문구가 쓰였다.
시아파 이슬람의 성지인 카르발라에서는 이란 영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AP통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카르발라의 시위대는 영사관 건물을 둘러싼 콘크리트 장벽을 타고 올라가 이란 국기를 내리고 이라크 국기를 달았다.
시위 여파로 유전지대이자 항구도시인 바스라에서도 처음 공립학교 휴교령이 내려졌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석유 시설에 대한 위험과 도로 통제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염려했다.
이날 진압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최루탄을 쏘고 허공을 향해 발포했지만, 시위대와 직접적 물리적 충돌은 자제했다.
이라크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1일 이래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시민 256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민생고 해소와 부패 척결을 요구하며 청년층 주도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아직 정치·종파적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시위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에 반대하는 구호가 혼재한다.
서방 매체는 이번 시위가 이란의 영향이 강한 남부 도시에서 더욱 격렬하게 전개된 것을 근거로 시위대가 이란의 내정간섭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면에 이란 매체는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는 장면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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