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모랄레스, 대선 승리 선언…야당 후보 "엄청난 사기"
개표율 99% 육박한 상황에서 2위와의 격차 10%P 이상으로 벌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4선에 도전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대선 개표 막바지에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야당 후보는 "엄청난 사기"라고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며 "아직 개표가 일부 남았지만 농촌 표 덕분에 이겼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치러진 대선은 이날 현재 개표가 98.71% 진행됐다.
좌파 여당 사회주의운동 후보로 나선 모랄레스 대통령이 46.91%, 중도우파 연합 시민사회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36.63%를 기록 중이다.
두 후보의 격차는 10.28%포인트로 이대로라면 결선 투표 없이 모랄레스 대통령의 4선 연임이 확정된다.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포인트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얻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결선 없이 당선된다.
2006년 처음 취임한 모랄레스 대통령이 또 한 번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면 2025년까지 무려 19년간 집권하게 된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지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당국인 최고선거재판소가 투표 당일 돌연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만에 모랄레스 대통령이 격차를 벌린 결과를 내놓는 등 개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선거재판소 고위 관리가 이러한 과정에 불만을 품고 사의를 표한 것도 의혹을 키웠다.
메사 전 대통령은 이미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가 "엄청난 사기"라며 국민의 표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 유엔 등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 정부도 미심쩍은 정황에 우려를 표했고, 야권 지지자들도 연일 거리로 나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 세력이 강한 최대도시 산타크루스를 중심으로 무기한 파업도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야권의 반발 시위에 맞서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들도 맞불 시위를 벌이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OAS는 갈등을 끝내기 위해 만약 모랄레스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앞선 결과가 나와도 12월에 결선을 치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은 "결선에 가야 하면 가는 것"이라며 공식 개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메사 전 대통령이 폭력 시위를 선동한다며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야권의 조작 의혹을 "국제적 지원을 받는 쿠데타"라고 주장했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OAS도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OAS와 야권이 선거 과정을 감사해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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