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전 총리들, 보수당 후원 석유회사 위해 바레인 왕족에 로비"
가디언 "캐머런·메이 전 총리, 페트로팍 수주전 '지원사격'"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영국의 전직 총리 2명이 수십억 달러의 석유 계약을 집권 보수당 후원자가 이끄는 기업이 할 수 있도록 바레인 왕족에게 로비를 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7년 3월 당시 테리사 메이 총리는 바레인 총리에게 영국 석유 회사인 '페트로팍'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페트로팍은 바레인에서 계약을 따내기 위한 입찰에 참여한 상태였다.
이보다 두 달 앞선 시점에서 총리직을 사임한 지 6개월이 지난 데이비드 캐머런은 바레인을 이틀간 방문, 페트로팍을 홍보했으며 왕세자도 만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캐머런은 페트로팍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이며 최대 주주인 아이만 아스파리 소유의 항공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페트로팍은 결국 계약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아스파리 부부는 2009년 이후 보수당에 약 80만파운드(약 11억9천400만원)를 사적으로 기부한 인물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총리가 외국의 주요 입찰 시 자국 기업을 지지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라고 밝혔으며 페트로팍 역시 적절한 경로를 통해 공식적인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뇌물수수, 부패, 돈세탁 혐의로 페트로팍을 조사해 왔다.
가디언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페트로팍은 영국 정부와 '진행 중인 관계의 일환으로' 2017년 당시 리암 폭스 국제통상장관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같은 해 3월 폭스 장관은 메이 총리에게 아스파리가 미국계 회사와의 공동 입찰에 정부 지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입찰 사업은 바레인 국영 정유회사인 밥코(Bapco)의 주요 확장사업이었는데,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50억달러에 달했다.
폭스 장관은 "아스파리가 고위급에서의 정부 지지가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에 바레인 왕자인 칼리파 빈 살만 알 칼리파에게 페트로팍의 입찰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영국 국제통상부는 이와 관련,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팍 역시 관행상 주바레인 영국 대사를 통해 계약을 얻기 위해 영국 정부의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캐머런의 경우 같은 2017년 1월 바레인을 방문, 왕세자인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를 만났다.
캐머런 측은 "바레인 방문 시 영국계 기업의 이익 촉진을 도울 기회가 있었다"며 "이는 당시 영국 정부와의 조율 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페트로팍 대변인은 "페트로팍은 정치적 기부를 하지 않는다"며 "아스파리 가족의 기부는 엄격하게 개인 자격으로 행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SFO는 2017년 5월 페트로팍에 대한 조사 사실을 발표했다. 조사 기간 아스파리를 체포해 수사했지만, 그는 기소 없이 풀려났다.
올해 2월에는 페트로팍의 간부였던 데이비드 루프킨이 2011~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서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저지른 뇌물제공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지만, 아직 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번에 자체 수집한 자료는 재계 인사가 정당에 기부함으로써 생기는 잠재적 이익 충돌을 정부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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