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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5세 소녀 의문사' 석연찮은 해명, 커가는 시위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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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5세 소녀 의문사' 석연찮은 해명, 커가는 시위대 분노
다니던 학교 측 부실한 해명에 시위대 거센 항의
경찰 해명 담긴 CCTV 영상 제시 못 해…법의학자 "의혹 규명해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활발하게 참여했다가 지난달 22일 익사체로 발견된 15세 여학생을 둘러싸고 의혹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이 여학생이 다니던 홍콩 정관오 지역의 직업학교 유스 칼리지에서는 1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 이 소녀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달 22일 홍콩 바닷가에서는 옷이 모두 벗겨진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이 여성은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활발하게 참여했다가 사흘전 실종된 15세 여학생 천옌린(陳彦霖)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당수 시민은 천옌린이 수영대회에서 상을 받고 다이빙팀에 가입할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났던 점으로 미뤄 익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후 바다에 버려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시위대를 폭행해 살해한 후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등의 소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유스 칼리지의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천옌린이 사망 당일 소지품을 모두 학교 안에 두고 맨발로 해변 쪽을 향해 걸어갔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천옌린이 경찰에 체포됐던 기록이 없으며, 시신에서 타박상이나 성폭행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의문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천옌린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학교 측에 CCTV 영상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의 거듭된 요구에 학교 측은 전날 오후 천옌린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내놓았지만, 이는 시민들의 더 큰 분노를 불렀다.

학교 측이 제공한 영상은 두 가지로, 하나는 실종 당일인 19일 오후 6시 56분에 한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을 지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학교 측은 이 여성이 천옌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영상의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아 이 여성이 천옌린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더구나 영상 속 시간이 오후 6시 59분이 되자 영상은 자동으로 3분 전인 6시 56분으로 다시 돌아가 편집 의혹마저 제기됐다.
두 번째 영상은 천옌린과 흰옷을 입은 남성이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있는 모습을 찍었는데, 학교 측은 더 이상의 영상을 제공하길 거부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해명에 나오는, 천옌린이 사망 당일 맨발로 해변 쪽을 향해 걸어갔다는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은 아예 제공조차 되지 않았다.
분노한 시민들은 학교 측에 영상의 원본을 제공하길 줄기차게 요구했다. 학교 측이 이를 끝내 거부하자 이들은 유리문 등 학교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비난하는 낙서 등을 곳곳에 적어놓았다.
23년 경력의 베테랑 법의학자 마쉬안리(馬宣立)는 경찰의 설명에 부실한 점이 많다면서 정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쉬안리는 "사망자가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익사했다면 누군가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 후 바다에 빠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의학자가 사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구나 여성의 시신이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면 의문이 당연히 제기되어야 한다"며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더욱더 많은 자료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천옌린의 시신은 지난 10일 화장돼 현실적으로 그의 사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덩달아 홍콩 시민들의 의혹과 분노 또한 커지고 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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