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이란-사우디 대화 '촉진자' 자처
테헤란 이어 리야드 방문 '셔틀 외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테헤란을 방문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을 해소하고 양국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했다.
칸 총리는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한 기자회견에서 "이란을 찾은 주된 이유는 중동에서 새로운 갈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우리 자신도 지난 15년간 테러와 전쟁으로 7만명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파키스탄의 이웃 국가로, 중요 사안에 대해 우리를 도왔고 우방 사우디 역시 우리를 지원했다"라며 "이란과 사우디의 대치는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하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란과 사우디의 분쟁, 갈등은 고유가로 이어지고 전 세계에 빈곤이 확산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테헤란에 이어 곧바로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하는 '셔틀 외교'에 나선 칸 총리는 양국의 대화에 기여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도 이란과 미국 간 모종의 대화를 성사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에 매우 고무됐다"라며 "이란과 사우디가 이견을 해결할 수 있기 바라는 아주 긍정적인 기분을 지니고 사우디로 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란 대통령실은 로하니 대통령이 칸 총리에게 미국의 핵합의 복귀와 대이란 제재 해제가 이란과 미국이 대화하는 선행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11일 사우디 부근 홍해에서 이란 유조선이 피격된 데 대한 우려를 전하고 관련 증거를 칸 총리에게 보였다"라고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이날 칸 총리를 접견해 예멘 내전이 끝나면 중동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이란은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는 않겠으나 이란을 공격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는 14일 사우디를 정상 방문하는 칸 총리에게 사우디 왕실에 전달하는 이란의 확고한 입장을 각인한 셈이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1천㎞ 맞댄 지리적 조건때문에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 관계로,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이 이란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재정난 탓에 사우디에 수조 원 규모의 구제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난달 유엔 총회에 참석할 때 사우디 왕세자는 칸 총리에게 자신의 전용기를 빌려주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서 외교력을 발휘해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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