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헝가리 선거, 유럽 우파 민족주의 다시 시험대에
"폴란드 총선, 집권 법과정의당 과반 붕괴 위기"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장선거서 與후보 재선 빨간불"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오는 13일 예정된 폴란드와 헝가리 선거가 유럽 내 민족주의운동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3일 폴란드는 총선을, 헝가리는 지방선거를 각각 실시한다.
두 나라는 모두 구소련의 영향권에 있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그러나 EU 가입 후에도 법치와 민주주의 등 서구의 기존 가치를 따르기보다는 반(反)이민으로 대표되는 보수 성향의 민족주의를 앞세운 정당이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장기 집권체제를 다져왔다.
두 나라의 야권은 그동안 집권당이 나라를 일종의 '권위주의 국가'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적 정책과 양육 가정에 대한 각종 혜택을 내세워 대중적 지지를 받는 민족주의 성향 정부의 인기에 타격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동안 서유럽에서 맹위를 떨쳤던 반(反)이민을 기치로 한, 민족주의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최근 연거푸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유럽에서도 민족주의를 내세운 정치 세력이 전환점을 맞이할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집권 세력의 한 축이었던 극우 정당 자유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의석의 절반 가까이 잃으면서 야당으로 전락했다.
이탈리아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연정을 통해 집권했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포퓰리스트 정당 '동맹'도 지난여름 조기 선거를 추진하다가 실패하자 연정에서 탈퇴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앞둔 폴란드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이 최대 경쟁 야당보다 거의 두 배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과반 의석이 붕괴할 수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즉,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야권이 연정을 통해 집권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법과정의당은 노동자계급과 보수 성향의 가톨릭 유권자를 겨냥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며 과반 의석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법과정의당은 서구 가치를 존중하라는 EU와 충돌하는 것은 물론 국내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법원과 국영 언론사를 측근들로 다시 채웠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대표는 최근 연설에서 만약에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리나라의 도덕적, 문화적 질서를 과격하게 파괴해 우리의 미래를 황폐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폴란드가 영원하길 바라며, 폴란드적인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법과정의당은 취학연령 자녀 둔 가정에 대한 복지비 지원, 은퇴 연령 하향조정, 최소임금 두 배 인상 등과 같은 선심 정책과 공약으로 주요 지지기반인 노동자 계급의 표심을 사고자 부심하고 있다.
아울러 수십 개의 작은 도시를 '성 소수자 없는 도시'로 선언하고, 낙태 제한을 밀어붙임으로써 폴란드 가톨릭계의 환심을 사고자 애쓰고 있다.
이에 맞서 폴란드 야권은 법과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에 못 미치면 독재적이라고 간주하는 정부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하며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의 집권당 피데스는 수도인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에게 패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 오르반 총리도 헝가리에서 피데스의 일당독재체제를 다져왔다.
오르반 총리와 가까운 재계 인사들은 수백개의 크고 작은 언론매체를 사들여 피데스가 TV 시청자와 라디오 청취자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거의 독점적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독립 언론매체는 문을 닫았고, 민간업자들은 세무조사가 두려워 독립 언론매체에 광고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라 여당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재획정하고 판사들을 숙청했다.
그런데도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 피데스 후보는 "부다페스트를 되찾자"는 구호 아래 단일대오를 형성한 야권 후보의 도전에 부딪혀 재선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러 건의 부패 스캔들과 오르반 총리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 점증하는 불만 등이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세워 힘을 합치도록 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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