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우크라 의혹' 핵심 줄리아니 도운 사업가 2명 기소
검찰 "우크라측 요청 따라 美대사 해임로비"…AP "탄핵조사 기름 부을 것"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에서 핵심 인물로 알려진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활동을 도운 사업가 2명이 체포돼 10일(현지시간) 재판에 넘겨졌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뉴욕 연방검찰은 이날 우크라이나 출신인 리브 파르나스와 벨로루시 출신인 이고르 프루먼을 선거자금법 위반 및 공모,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허위진술, 기록위조 등 4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 시민권자인 이들은 전날 체포됐다. 선거자금법 위반을 공모한 다른 2명도 함께 기소됐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미 하원의원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지원을 약속하면서 해당 의원에게 우크라 주재 미국대사의 해임을 위해 힘써 달라고 요청하는 등 로비한 혐의를 받는다.
러시아 사업가의 자금을 받아 트럼프 재선을 지지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액션'이라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32만5천달러를 기부한 혐의도 있다.
선거자금법상 외국인은 미 선거운동에 자금 기부가 금지돼 있다.
검찰은 이들이 하원의원 재선을 위해 2만 달러 이상을 모금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런 지원에 나서면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 주재 미국대사를 축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크라 압박에 반대해온 요바노비치는 올해 초 물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유한회사인 에너지업체 GEP를 세워 개인 이름이 아닌 회사 이름으로 거액을 기부했으나 당시 회사에는 거액을 낼 수입이나 자산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의 지원을 받은 의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 언론은 두 사람의 기부사실을 공시했던 공화당의 피트 세션스 전 텍사스주 하원의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측이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수사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종용하는 과정에서 줄리아니를 도왔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WP는 이들이 작년 말 빅토르 쇼킨 전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줄리아니가 화상통화를 하도록 주선했고 올해 1월에는 뉴욕에서 유리 루첸코 당시 우크라 검찰총장과의 면담을 도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의혹을 거론하며 수사를 종용한 바 있다.
이 의혹은 2016년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측에 쇼킨 당시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주장이다.
그 무렵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바이든이 아들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나 바이든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 언론도 당시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도 쇼킨이 자국 부패 척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줄리아니는 바이든 의혹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과 접촉해왔다. 우크라 의혹을 제기한 미 정보기관 내부고발자는 줄리아니를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았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탄핵 조사에 나선 가운데 하원 정보위 등은 줄리아니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개인변호사 제이 세큘로우는 "트럼프는 파르나스와 프루먼의 행위를 알지 못했다"며 재정 관련 문제 또한 대통령이나 선거캠프, 슈퍼팩 측은 몰랐다고 말했다.
AP는 "우크라이나 논란과 관련된 첫번째 기소"라며 "그들이 대통령의 잘못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와 줄리아니의 측근들이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추가 의문이 제기되면서 하원 탄핵조사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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