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보다 돈' 트럼프 고립주의, 시리아 사태로 또 시험대
'쿠르드 토사구팽' 비판론…탄핵정국서 '친정' 공화당과도 간극 커져
북한·중국·이란 등 외교성과 못내…"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홀로'" 비판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가 시리아 문제, 특히 터키의 시리아 내 쿠르드족 공격으로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터키군이 9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 공격을 감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묵인 내지 동의한 결과 아니냐는 비판론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까지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밀어붙이려 하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반발해 사임하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극심하게 반대했던 일이 이번에도 시리아 문제로 인해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의혹'을 문제삼아 탄핵 조사를 추진함에 따라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터키의 시리아 침공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를 다루는 기본 관점은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이후 크고 작은 지구촌 분쟁에 개입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지나친 희생을 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해 왔다.
이는 군사적 측면에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고,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기존 동맹에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미국의 실리와 실익 극대화를 최우선 순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는 동맹의 가치보다 돈을 우선시한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이 그동안 형성한 동맹 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에 터키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적극 참여한 동맹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이 쿠르드족을 이용한 뒤 위험에 방치하는 '토사구팽'을 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묵인한 듯한 태도를 보여 쿠르드 동맹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트윗을 통해 "결코 우리는 쿠르드를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공허한 외침처럼 인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터키의 침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터키의 경제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가 터키와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 배신'으로 여겨질 수 있는 시리아 철군 필요성을 거론한 데 이어 터키의 쿠르드 침공마저 현실화하자 친정인 공화당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며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인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해온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터키를 상대로 초강력 제재를 가하는 초당적 법안을 추진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공격의 선봉에 나선 느낌마저 든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윗을 통해 "미국의 고립주의는 2차 대전 전에도, 9·11(테러) 전에도 작동하지 않았고 지금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IS 격퇴에 관한 한 미국의 국가 안보를 러시아와 이란, 터키에 아웃소싱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고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인 리즈 제니 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한 것은 역겹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공화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로 인해 오히려 공화당과 간극과 이견을 키운 모양새가 됐다.
특히 내년 대선을 향한 미 정가의 공방전이 점점 가열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은 대선 쟁점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외교정책을 속속 폐기했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시리아는 물론 북한, 중국,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손대기 시작한 외교적 현안에서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외교정책의 최근 결과에 환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동맹을 소외시키고 적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 뒤 "'미국 우선주의'가 실제로 '미국 홀로'를 의미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브래들리 보우먼 선임 국장은 "이번 일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협력하고 싶어할 가능성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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