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 속 도쿄서 개천절 경축 행사…日 외무상 불참
장관급으론 고노 방위상만 행사 도중 잠깐 들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주일한국대사관은 개천절인 3일 오후 5시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일본 정·관·재계 인사와 주일 각국 무관을 비롯한 외교사절을 초청해 '국경일·국군의 날' 기념행사(리셉션)를 열었다.
작년 10월 30일 한국대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확정판결이 나온 것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마련된 이 날 행사에는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이 기대됐던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充) 외무상이 불참하는 등 악화한 양국 관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다만 지난달 개각 때 외무상에서 자리를 옮긴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행사 시작 1시간이 지난 오후 6시쯤 잠깐 들러 남관표 대사와 인사만 나누고 돌아갔다.
이날 행사에 일본 정부 장관급 인사로 얼굴을 비친 것은 고노 방위상뿐이다.
고노 방위상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기 직전인 작년 10월 3일 열렸던 행사에 외무상 자격으로 참석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축사를 했었다.
이날 전체 참석자 수는 일본 측에서 참석이 기대됐던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작년(약 1천200명) 수준에는 약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어서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런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이루어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은 동북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불가결하다"며 "이런 과정에서 한일 양국 간에는 함께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무엇보다도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가면서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면 양국 관계의 회복은 물론 두 나라가 가진 커다란 잠재력을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측에선 정계 인사로 참석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건배사를 했다.
집권 자민당 의원인 누카가 회장은 "지금 한일 간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양국 의원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대화를 통해 양국의 우호 관계를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일 간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일본 국민과 의원들 사이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주의, 자유주의, 인권주의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가진 두 나라는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역사를 계속 돌이켜만 볼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과거의 교훈을 배우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발전과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도록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일본 측 주요 인사로는 누카가 의원 외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후쿠다 도미가즈(福田富一) 도치기현 지사,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차관보급), 도야마 기요히코(遠山淸彦) 재무성 부대신, 간케 이치로(管家一郞) 부흥청 부대신 등이 눈에 띄었다.
한편 지난달 26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주일중국대사관 주최의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리셉션에는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내 직접 축하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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