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혹', 美 대선정국 한복판서 새로운 뇌관 부상
민주, 트럼프 탄핵론 재점화 공세…'제2의 러시아 스캔들' 가능성도
트럼프 역공 '국면전환 시도' 속 바이든에게도 '양날의 칼' 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와 관련된 '조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이 미 대선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처럼 다른 나라 정상이 연루된 제2의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전개 방향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가운데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 치명적 내상을 입을 수 있어 작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엄청난 권력 남용"이라며 강력 반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차원의 조사를 벼르며 탄핵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통화와 관련, "부적절한 대화는 없었다"고 차단막을 치며 오히려 바이든 부자 관련 의혹 자체에 대한 부각을 시도하며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혹'은 미언론들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고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정보당국 출신 '내부 고발자'의 고발이 도화선이 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활용해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문제와 관련해 줄리아니와 협력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은 그가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관여하던 현지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를 '수사 레이더망'에 올려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1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 남용과 대통령직의 모든 요소를 이용해 나를 비방하는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하원 인사들은 이 사건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벼르고 있다.
당초 탄핵론에 선을 그어온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22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탄핵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 있다고 강경론 쪽으로 선회하는 흐름을 보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군 가운데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강구도 굳히기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앞서 지난 20일 이번 의혹을 '외국에 의한 선거 개입'으로 규정, 미 의회가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가짜뉴스들의 조작'으로 몰아붙이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의혹에 대해 "완전하고 총체적인 재앙이었다"고 역공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나는 아들과 해외 사업 거래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해명에 대해 "거짓말", "어리석은 이야기"라고 맹폭한 것이다.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전 부통령 양측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문제가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며 시선 돌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상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선 국면에서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 내 탄핵론도 확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이 내내 족쇄가 됐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사안이 '제2의 러시아 스캔들'로 번지는 경우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공교롭게 문제의 통화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첫 의회 증언(7월24일) 다음날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버트 뮬러가 의회 증언을 통해 민주당의 탄핵 희망을 꺼트렸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대한 결백이 입증됐다고 소리쳤다"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다음 날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외국 정상과 공모하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서도 자신과 아들과 관련된 의혹이 재점화된 것이 껄끄러운 상황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선 가도에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강 구도를 부각하게 된 반면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어하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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