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세장서 지지자를 시위자로 오인해 조롱했다 '아뿔싸'
"체중문제 심각, 집에 가서 운동해라"…유세 후 전화 걸어 '수습'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장에서 지지자를 반대 시위자로 오인, 체중 문제를 들어 공개적으로 조롱했다가 뒤늦게 지지자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습에 나서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16일(현지시간) 미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서 한 시위자가 퇴장당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심각한 체중 문제를 갖고 있다"며 "집에 가서 운동을 시작해라. 제발 저 사람을 여기서 내보내라. (체중과 관련해) 나보다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우리 모두보다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다"고 체중 문제로 놀려댔다.
이어 "아마 그가 집에 가면 그의 엄마가 '넌 도대체 방금 뭘 했니'라고 말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때마다 시위자들을 조롱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가리킨 사람은 정작 시위자가 아니라 시위자 근처에 있던 자신의 지지자였던 프랭크 도슨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 참전용사 출신의 도슨씨는 유세 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히며 주변에 있던 시위자들이 들고 있던 손피켓을 뺏으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소란을 피우려던 근처에 있던 3명에게서 손피켓을 뺏으려고 하는 걸 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그 사람들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사람(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한다. 그(의 당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최고의 일"이라며 지지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보고받고 캠프 관계자를 통해 도슨씨의 연락처를 파악한 뒤 이날 밤 뉴저지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도슨씨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해준 것에 감사하며 유세장에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도슨씨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과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왜 그가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도슨씨가 백악관이나 다음 유세 행사 때 초대받았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면 캠프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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