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레바논, 시리아난민 강제송환 급증…500만 공포"
가디언 "주말새 터키서 1천여명 구금·추방명령…레바논 신속해고 시행"
"내전 정세·반난민 정서에 양국 난민정책 일대 전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터키와 레바논에서 최근 시리아 난민이 대거 강제 송환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지며 양국에 체류하는 500만 시리아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터키와 레바논 이민 당국이 몇주 전부터 시리아 난민에 대해 집중 단속·송환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시리아 난민과 인권단체 등을 인용해 29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터키는 지난 주말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1천명 넘는 시리아인을 구금한 후 30일 이내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출국 명령이 내려진 이스탄불의 시리아 난민들은 구금과 추방 명령 과정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당국에 붙잡힌 후 이스탄불 주변의 송환센터 3곳에 분산 수용됐으며 휴대전화를 압수당해 가족과 법률대리인 등 외부와 소통이 단절된 채로 '자의로 귀국에 동의한다'는 서류에 강제로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스탄불에서 경찰 검문을 받고 구금된 시리아 출신 알라아 무함마드(25)는 8일간 갇혀 있다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으로 보내졌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는 "겁이 나서 억지로 지문을 찍어주고 그들이 내민 서류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정치·종교적 이유로 시리아 내전 시작 이래 난민 300만명 이상을 수용한 터키의 일대 정책 전환에 해당한다.
레바논에서는 이달 초 공표된 행정명령으로 시리아 출신 '불법 노동자'들의 신속 해고 절차가 시행됐다.
가디언은 양국 시리아 난민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시리아 내전 승패에 따른 정세 변화와 국내의 반(反)난민 정서를 꼽았다.
가장 강력한 시리아 반군 후원자인 터키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의 내전 승리가 굳어진 후로 정권 교체를 포기하고 일부 친(親)터키 반군을 돕고 쿠르드를 견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도 한때는 반군조직을 지원했으나, 아사드를 지지하는 자국의 시아파 정파로부터 거센 압박에 떠밀려 태도를 바꿨다.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한 불만 기류도 양국 모두에서 여전히 강한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저임금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자국민이 늘어나고 난민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터키 당국은 '강제 송환' 보고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괵체 제일란다으 이민청 대변인은 "시리아인에게 자발적 귀환 외에 강제 송환이란 없다"고 단언했다.
레바논은 새 행정명령이 자국 노동자 보호 조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카미유 아부슬레이만 노동부 장관은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레바논인 고용을 촉진하고 외국 노동자를 규제하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답변했다.
국제기구는 시리아 난민 송환이 타당한지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시리아 난민을 (교전 지역인) 이들립으로 보내지 않도록 막는 게 유엔난민기구의 책임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못 해내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