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가, '섹스 비디오 스캔들'로 시끌
유력 정치인, '음모론'으로 홍역…다른 총리 후보가 영상 배포 주도 의혹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말레이시아 정가가 섹스 비디오 관련 스캔들과 음모론으로 시끄럽다.
특히 이 스캔들에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 두 명이 연관돼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분위기다.
23일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스캔들은 지난달 남자 동성애 영상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급속히 퍼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상이 공개되자 말레이시아 1차산업부 차관의 수석비서인 하지크 압둘라 압둘 아지즈가 폭로에 나섰다.
자신이 영상 속 남성 중 한 명이며 다른 상대는 유력 정치인인 아즈민 알리(55)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이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지목한 것이다.
그는 "해당 동영상은 센다칸 보궐선거 기간이었던 지난 5월 11일 포포인츠 호텔에서 내 동의 없이 촬영됐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했다.
이어 "부패방지위원회(MACC)에 수사를 촉구한다"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후 반전이 펼쳐졌다.
경찰은 영상 속 남성의 얼굴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 남성이 아즈민 장관이라고 결론 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정당 지도자가 이 영상의 배포를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그 지도자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세간의 시선은 아즈민 장관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집권당 연합의 실질적 리더인 안와르 이브라힘(72) 인민정의당(PKR) 총재에게 집중됐다.
안와르는 현재 마하티르 모하맛(94) 총리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총선 승리로 복귀한 마하티르 총리가 안와르에게 권좌를 물려주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언에도 말레이시아 정치권에서는 아즈민 장관이 결국 후임 총리로 지목될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안와르는 과거에도 마하티르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다가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지면서 갈라선 바 있다.
이 때문에 안와르가 총리 후보 경쟁자인 아즈민을 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섹스 비디오 스캔들 공작을 벌였을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안와르의 정치 담당 비서 등 PKR 소속 인사를 체포해 조사하기도 했다.
만약 안와르가 영상 배포를 주도했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안와르의 정치 생명은 끝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아즈민 장관은 "나를 공격하기 위한 숨은 손이 있다"며 당국이 이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유력 총리 후보자를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자 마하티르 총리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마하티르의 지지율은 지난 3월 46%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62%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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