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꿈틀'…강남권 두달새 5천만∼1억원 올라
4월 이후 입주량 감소, 재건축 이주, 집값 하락에 전세 수요 증가 영향
상반기 전세 거래 5년 평균비 15% 늘어…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도 불안요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연초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 등의 물량 충격으로 급락했던 전셋값이 최근 한 두 달 새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서울지역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등의 시행이 전세 가격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 '급락' 딛고 상승 전환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34% 하락했다.
연초 9천510가구에 달하는 송파 헬리오시티 등 새 아파트 입주 충격으로 작년 상반기(-0.71%) 대비 전셋값이 3배 이상 급락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반전했다. 6월 초까지 이어진 긴 하락세를 멈추고 6월 중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집수리가 잘된 곳은 전세가 나오기가 무섭게 소화된다. 연초에 제기된 '역전세난' 우려가 무색할 정도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현재 전셋값이 13억5천만∼14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12억원 후반대에서 5천만∼1억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현재 전셋값이 13억원으로 지난 5월에 비해 5천만∼1억원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도 최근 전셋값이 강세다.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현재 13억5천만원인데 전세 물건이 부족하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 76.8㎡ 전셋값은 4억5천만∼5억원, 전용 84㎡는 5억∼6억원으로, 연초 헬리오시티 입주 이전 수준의 가격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 아파트 전용 76.8㎡는 헬리오시티 입주 충격으로 3월 초 3억5천만∼3억8천만원까지 떨어졌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물건이 넘쳤던 연초와 달리 최근엔 전세물건이 귀한 편"이라며 "새 아파트, 낡은 아파트 가릴 것 없이 가격도 강세"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 전세는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으로 7억원대로 떨어졌다가 현재 8억5천만∼9억원 시세를 회복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최근 들어 전셋값이 상승 전환한 곳이 많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9㎡ 전셋값은 최근 7억∼7억5천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 입주 4년차에 접어들면서 전셋값이 6억원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강세로 돌아섰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 전셋값은 연초 입주물량 증가로 6억원대까지 하락했으나 현재는 3억원 비싼 9억원에 달한다.
노원구 상계동에서도 그간 적체했던 전세 소진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졌다. 은빛아파트 전용 59.9㎡ 전셋값은 2억2천만∼2억5천만원, 두산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2억8천만∼3억원 선인데 전세물건이 별로 없다.
◇ 입주물량 감소, 전세수요는 늘어난 영향…상한제 변수 주목
최근 서울 전셋값이 강세로 돌아선 것은 올해 3월까지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입주가 마무리된 이후 강동구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신규 입주물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2만1천818가구(헬리오시티 포함)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 5월 두 달 간 총 592가구로 급감했다.
3월까지 적체됐던 전세물량이 봄 이사철을 맞아 빠르게 해소됐고, 최근 여름방학 이사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전셋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6월 들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7천433가구로 늘었지만 강동구(1천900가구), 관악구(1천531가구), 성북구(939가구) 등에 몰렸고 강남3구의 신규 입주는 서초구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475가구가 전부다.
재건축 이주 영향도 있다. 상반기에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2천196가구),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1천350가구) 등이 이주하면서 인근 아파트 전세로 유입됐다.
9·13대책 직후 서울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택 매매거래가 급감한 것도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집을 사려던 사람이 집값 추가 하락을 우려해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지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4만216건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56%, 최근 5년 상반기 평균에 비해서 55.5% 감소하는 등 예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반면 올해 상반기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32만94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7%, 최근 5년 상반기 평균에 비해서는 14.9% 증가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올해 3월까지 서울 새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로 전월세 공급물량이 늘었고, 일부 매매수요는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거래량이 증가했다"며 "연초 급락했던 전셋값이 다시 꿈틀대는 원동력은 거래량 증가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세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최소 국지적 상승세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은 2만2천700가구로 3만가구에 육박했던 상반기(헬리오시티 포함)보다 7천가구 이상 줄어든다. 이 가운데 올해 반기 강남 3구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10분의 1 수준인 2천200가구에 그친다.
반면 올해 신반포4지구,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 등 신규 재건축 단지의 이주는 내년 이후까지 계속 이어진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795가구로 예년에 비해 많지만 올해(5만2천538가구)보다 22.4% 감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주목한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잠재 실수요자들이 '반값 아파트'를 기다리면서 청약 대기 수요로 돌아서고, 이로 인해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현재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1순위 자격을 계속 유지하고, 가점제 점수를 높이기 위해 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될 때까지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움직임으로 강남 8학군 등 학군 인기지역의 전세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는 인기 학군의 방학 특수가 실종됐다고 할 정도로 방학 때도 전셋값이 안정적이었는데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나 입시제도 변화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는 게 아니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요 입시학원들은 최근 대학입시가 수시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자사고 폐지에 따른 8학군 쏠림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