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 황인뢰 PD "길해연에 의지하고 김성령 재발견했죠"(종합)
안재욱, 음주운전 공개사과…"부끄러워서 일 그만둘까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드라마 '궁'과 '돌아온 일지매', '장난스런 키스' 등을 연출한 황인뢰(65) PD가 또 하나의 히트작을 냈다.
주특기인 TV 드라마가 아닌 연극 '미저리'를 통해서다. 지난달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7월 둘째 주(9∼1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연극분야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인뢰 PD는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며 '미저리' 캐스팅 비화를 이야기했다.
실제로 '미저리'는 요즘 연극 무대에서 보기 쉽지 않은 굵직한 배우로 가득하다. 광기 어린 스토커 '애니' 역에 연극계 터줏대감 길해연(55)과 인기 배우 김성령(52)이 낙점됐으며, 애니에게 집착 당하는 소설가 '폴' 역에는 배우 김상중(54)과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이던 안재욱(48)이 더블 캐스팅됐다.
황인뢰 PD는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은 물론, 1991년 영화에서 '애니' 역 배우 케시 베이츠가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해 캐스팅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배우 가운데 어떤 분이 그런 역할을 소화할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았다"며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해 하게 된 분이 길해연 씨다. 이분은 우리나라 연극무대에서 받을 상은 다 받은 분이라 연출하면서 의지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앙코르 공연을 함께하게 돼 아주 기뻤다"고 말했다.
김성령 연기도 호평했다.
황인뢰 PD는 "어느 소설가에 대한 평가에서 '가득 찬 비어있음'이라는 표현을 봤는데, 김성령 씨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얼핏 보면 슬픈데 의외로 꽉 차 있더라"며 "이번 공연이 김성령이 무대 배우로서 무엇인가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다. 꼭 보시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고 했다.
'미저리'에서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무대장치와 음악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회전하는 애니의 오두막은 현관과 거실, 방, 복도로 이어지는 내부를 훤히 노출한다. 폴이 휠체어를 타고 좁은 통로를 오가며 애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관객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애니가 폴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던 마음을 노래하는 테마곡은 씁쓸함을 남긴다.
황인뢰 PD는 "기본적으로 '미저리'는 서스펜스 연극을 표방한다. 서스펜스 어원은 '갇혀있다, 가둬둔다'라는 뜻이다. 관객이 공연이 시작하면 갇힌 상태에서 서스펜스를 즐기다가, 상쾌한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미저리'는 보안관 '버스터' 역에 성별과 상관없는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도 주목받았다. 성별과 연령이 다른 44년 베테랑 배우 고인배(65)와 MBC 손정은(39) 아나운서가 주인공이다.
황인뢰 PD는 "앙코르 공연인 만큼 조금이라도 변화를 모색했다. 보안관 역할을 꼭 여성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손정은 씨가 맡게 됐다"며 "무대에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황인뢰 PD에게 두터운 신뢰를 표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대에 오른 김상중은 "초연이 조금 적자가 났다고 한다. 앙코르를 하면 적자가 보전될 것 같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다"며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이어 "연극 같으면서도 영화 같고 드라마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중과 함께 재연 무대에 오른 길해연도 "다시 기회가 주어져 기뻤다"며 "애니의 외로움과 내밀한 감정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성령은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면서 "운명처럼 연극이 다가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놨다. 이어 "대사가 너무 많아서 외우기 힘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너무 빨리 외우셔서 심적 부담감이 컸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안재욱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재욱은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서 일을 정말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복귀가 이르다는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제가 연기 외에는 할 줄 아는 재주가 없더라"며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며 사려 깊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손정은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나 전업 연기자로 전향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선을 그으면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걸 발판삼아 프리랜서로 전향한다는 건 전혀 아닌 이야기"라며 "살짝 마음속 이야기를 하자면, 연기에 대한 욕심은 생겼다. MBC 아나운서로서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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