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마두로 정권, 보호 대가로 콜롬비아 반군에 거점 제공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외교적으로 고립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정부가 인접 친미 콜롬비아 정부에 저항하고 있는 반군을 공개적으로 지지, 활동 거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지난 1960년대 쿠바를 모델로 결성된 콜롬비아 민족해방군(ELN)은 지난 반세기 동안 콜롬비아 정부에 무력으로 저항해 왔으나 최근 베네수엘라가 자국 내 거점 구축과 경제 활동을 허용하는 등 공개적인 지지자로 나서면서 '전례 없는 유리한 상황에서' 콜롬비아 정부에 저항할 수 있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ELN이 마두로 체제를 지원하는 대가로 자국 영내에 안전한 성역을 구축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무허가 광산운영과 마약밀매를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범죄조직과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WSJ이 미국과 컬럼비아 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또 ELN의 이러한 활동에는 마두로 정권 고위 관리들의 묵인하에 베네수엘라군(軍) 일부가 공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이그 폴러 미 중남미 사령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ELN이 근래 강화돼왔다"면서 "이는 그들이 베네수엘라 영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들은 베네수엘라를 신규 대원 충원뿐 아니라 마약 밀매와 불법 광산 채굴, 납치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및 세탁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LN을 급진 좌파의 이념적 우군으로 간주하고 있는 마두로 정권은 유사시 마두로 정권이 외부 침략이나 내부 봉기에 직면할 경우 국내 지지 세력과 함께 마두로 정권을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강력한 동맹인 콜롬비아로부터 침공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마두로 정권은 현재 베네수엘라군과 '콜렉티보스'(colectivos)라는 명칭의 행동대원들을 갖고 있으나 ELN은 콜롬비아 정부군과 다년간에 걸쳐 싸워온 전투 경험이 풍부한 전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콜롬비아군 측은 만약 마두로 정권이 위험에 처하면 ELN이 정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ELN은 전체 2천400여 반군 가운데 지도부를 비롯한 1천여명이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실업 상태의 베네수엘라 청년들에 고액의 급여를 내세워 250여명의 신규 대원을 모집한 것으로 WSJ은 전했다.
ELN은 콜롬비아산 마약을 베네수엘라로 운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캠프 내에 소형 항공기용 활주로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을 일단 베네수엘라로 운반한 뒤 유럽과 미국으로 밀반입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앞서 2000년대 역시 콜롬비아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도 피신처를 제공했으나 자국 내 활동에 많은 제약을 가했었다.
반면 ELN의 경우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는 대가로 FARC가 갖지 못한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베네수엘라군은 그들의 활동에 일절 간여치 말도록 지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ELN은 마두로 정권의 승인을 얻어 남동부 볼리바르주(州)의 노천광산에서 활동하도록 허가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일정 수익지분을 배당받고 역내 경쟁 무장단체들을 '진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LN은 또 휘발유와 화장품, 고기 등 주요 생필품의 밀수 사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WSJ은 덧붙였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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