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식민지 문역·조선연행사와 조선통신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식민지 문역 = 한기형 지음.
국어국문학자인 한기형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장이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검열에 관해 쓴 글을 모았다.
그는 식민지 조선에 일본과는 다른 법이 적용됐듯, 조선은 일제 지배를 받으며 독특한 글의 구조를 갖게 됐다고 분석한다. 이를 저자는 글의 영역을 뜻하는 '문역'(文域)이라고 지칭하면서 "법률 규정 속에서 생존한 조선어 문장은 복수의 질서를 구현한 중층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조선출판경찰원보'에서 뽑은 '금지단행본' 목록을 보면 전체 2천794건 중 러시아 공산주의 관련 서적이 193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금지단행본 주제는 프로문학, 오모토교(大本敎), 레니즘, 노동운동, 에로,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국수주의 순으로 파악됐다.
저자는 "조선총독부는 사회주의 선전, 민간종교 전파, 성 풍속 문제 등만을 부분적으로 발라내면 조선을 일본과 차별된 지역으로 묶어두려는 정책 의도와 일본 출판자본의 이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여겼다"며 "사회주의와 성문화는 식민권력에 의해 거세됨으로써 부재를 통한 권위를 갖게 됐다"고 주장한다.
성균관대 출판부. 596쪽. 3만5천원.
▲ 조선연행사와 조선통신사 = 후마 스스무 지음. 신로사·이정희 외 옮김.
중국 사회사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인 저자가 조선이 중국에 보낸 연행사와 일본에 파견한 통신사를 통해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분석했다.
그는 조선과 조공·책봉 관계를 맺은 중국이 조선 정치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일반적 견해를 부정하고, '예'(禮)라는 수단으로 조선을 통제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또 조선통신사가 조선의 선진 학문과 문화를 일본에 전했다는 학설은 1719년 이전까지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유학자 오규 소라이(1666∼1728) 학설이 유행한 뒤에는 조선 주자학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진단한다.
성균관대 출판부. 864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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