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위해 가장매매로 시세조작 코스피 상장사 대표도 구속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는다는 가짜 호재 공시로 코스닥 상장 연예기획사의 주가를 끌어올려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기업사냥꾼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김모(48) 대표와 이 회사 사내이사를 지낸 홍모(49)씨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한모(49)씨 등 2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한씨는 다른 코스닥 상장사의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도 받는 인물로, 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으로 밀항하다 붙잡혔다.
이들은 2015년 9월 '중국 투자회사가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허위 공시로 주가를 끌어올려 부당이득 171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는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불던 시기로 국내 연예기획사의 중국시장 진출이 큰 호재로 작용하던 때였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한 '중국 투자사'는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의 중국 자회사일 뿐이었고 씨그널엔터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이들은 사채와 저축은행 대출금 등으로 씨그널엔터를 인수한 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회사를 넘긴 전 최대주주는 대금을 받기도 전에 주식을 넘겨줌으로써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허위 보도자료, 가짜 공시 등을 믿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 시기 씨그널엔터의 주가는 1천905원에서 3천300원까지 올랐다.
씨그널엔터는 한류스타로 꼽히는 연기자 등을 관리하고 드라마 '비밀의 숲',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외주 제작하며 2017년 매출액 256억원을 올리던 기획사였으나 경영난 속에 작년 5월 상장폐지됐다.
한편 남부지검은 이 사건과 별도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유니켐의 시세를 조종하고, 이 범행을 위해 회삿돈을 유용한(횡령) 혐의로 이 회사 대표이자 최대주주였던 심모(67)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회사 임원들과 증권사 직원, 기업 컨설팅업체 대표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3년 1∼2월 총 18명 명의의 증권 계좌 20개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자기들끼리 높은 가격에 사고파는 방식 등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주가는 435원에서 617원으로 뛰었다.
당시 이 회사는 자본잠식에 빠져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상장폐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1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주가를 높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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