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 해체 수순…올림픽 전보다 암울해진 아이스하키
상무 폐지 이어 공기업이 운영하는 하이원도 해체될 듯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국내 남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하이원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에 셋밖에 안 되는 남자 실업팀 중 하나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이후 2년도 안 돼 해체 수순을 밟자 아이스하키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아이스하키계에 따르면 하이원은 3월 말 배영호 감독과 코치진, 선수, 트레이너, 매니저 등에게 전원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외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2∼3개월 이내에 아이스하키팀 존속 또는 해체를 결정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30명이 넘는 선수단이 넋 놓고 기다렸지만, 하이원은 3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박상진, 오세안은 다른 국내 실업팀인 대명 킬러웨일즈로 둥지를 옮겼지만, 이는 극소수 사례일 뿐이다.
대부분은 졸지에 갈 곳을 잃고, 불확실한 미래에 갇혔다. 일부 선수들은 입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차라리 하이원이 일찌감치 해체 결정을 내렸다면 다른 기업이 인수 의사를 밝혔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이 끝난 지 이제 겨우 1년 4개월이 지났는데, 국군체육부대(상무) 아이스하키팀을 없애고,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아이스하키팀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은 동계스포츠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상무 아이스하키팀은 지난해 평창올림픽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셔터를 내렸다.
여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며 상무의 존속을 약속했던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이를 외면했다.
아이스하키는 다른 인기 프로종목과 달리 저변이 열악해 상무 폐지는 선수 생활을 접으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하이원은 2004년 국내 동계스포츠의 저변확대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지원하기 위해 강원도를 연고로 창단됐다.
한국·일본·러시아의 연합리그인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는 2005-2006시즌부터 참가하며 안양 한라와 함께 국내 남자 아이스하키의 성장을 쌍끌이해왔다.
지난해 평창에서 역사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남자 아이스하키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데에는 하이원의 숨은 역할을 빼놓기 어렵다.
성장을 거듭한 한국 아이스하키는 지난해에는 세계 최강 16개국이 겨루는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뤘다.
강원랜드가 하이원 해체를 결정한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실업팀은 두 개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본선 진출 도전에도 타격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경영 실적 하락으로 하이원 아이스하키팀 운영을 놓고 고민 중인 것은 맞지만 해체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하이원 아이스하키팀을 유지한다고 해도 비용 문제를 이유로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는 불참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럴 경우 국내 리그에만 참가하겠다는 것인데, 국내 리그라고 해봐야 동계체전과 전국종합선수권대회가 대회의 전부다.
대학팀, 독립리그팀을 상대로 1년에 최대 10경기를 치르는 것이 고작이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그 영광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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