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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최고지도자 제재…이란 국체 사실상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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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최고지도자 제재…이란 국체 사실상 부정
정치 권력 정점이자 '신의 대리자' 위상
미,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테러조직'으로 격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대테러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린 것은 이란의 국체(國體)를 사실상 부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형식은 경제적 제재지만 이란 정부의 합법성과 주권은 물론 통치 체제 자체를 일개 테러조직으로 치부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인 셈이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권력의 정점일 뿐 아니라 신정일치의 이란에서 종교적으로도 신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공식 국호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주의 공화국처럼 국민이 주권자가 아니라 최고지도자가 독립 주권을 대표한다.
이슬람공화국 체제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수립됐다. 당시 여러 이념을 가진 정치 세력이 경쟁했으나 '이슬람 법학자 통치'(벨라야테 파기흐. 신정일치)를 주창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초대 최고지도자)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법적, 종교적 위상은 그해 12월 국민투표에서 99.3%의 지지를 받은 혁명 헌법에서 잘 나타난다.
혁명 헌법 5조는 '이맘(이슬람 시아파의 최고종교지도자, 신의 대리자)이 부재한 나라에서 정의, 지성, 관용, 용기를 갖추고 국민에게서 당연히 지도자로 존경받는 법학자의 손에 나라의 지도권이 양도된다'라고 규정한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주류인 12이맘파를 종교적 근간으로 삼는데 마지막 이맘인 마흐디가 존재를 스스로 은폐했다가 세상의 종말에 구원자로 재림한다고 믿는다.
이맘 마흐디가 현세에 재림하기 전까지 이슬람 법학자 통치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이슬람 공동체를 대신 지도한다는 것이다.
1979년 이란이슬람공화국 수립 이래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는 아야톨라 호메이니(1989년 사망)와 아야톨라 하메네이뿐이다.


이란 국민은 대통령, 의회 의원을 직접 선거로 뽑지만 최고지도자의 임면권은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성직자 헌법기관 국가지도자운영회의(Assembly of Experts)가 갖는다.
이란은 삼권이 분립됐으나 최고지도자는 이들을 모두 총괄한다.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대내 정책의 최종 결정·집행 감독권, 각종 선거 승인권뿐 아니라 사법부 수장, 국영 매체 경영진, 대통령·내각의 임면권, 사면권 등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군 통수권자로서 전쟁선포, 병력 동원,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군 합동참모본부 의장, 고위 군사령관도 임면할 수 있다.
종교 지도자로서 파트와(종교적 율법해석)를 내릴 수도 있다.
올해 4월 한 국가의 정규군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데 이어 절대적 위상의 이란 최고지도자를 한낱 테러조직의 '우두머리'로 취급한 것은 이란 전체를 모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고위 관료들은 언론에 이란을 '정부'(government. state)라고 부르지 않고 '정권'(regime)이라고 칭하는 것도 이란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깔린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정치 평론가는 연합뉴스에 "최고지도자 통치 체제에 불만인 국민도 있지만 미국의 이번 제재는 이란 국민 전체에게 모멸감을 줘 반미 감정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며 "이란이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게 됐다"라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는 24일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SDN 명단으로 발표하면서 '최고지도자'라는 호칭마저 쓰지 않고 신분을 '아야톨라'라고만 명기했다. 아야톨라가 이슬람 시아파에서 고위 성직자를 뜻하긴 하지만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라고 표기하지 않은 것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939년 이란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 태어났다. 이란의 3대 대통령으로 재직 중 1989년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후임으로 선출됐다.
그의 이름 가운데 '세예드'는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이라는 의미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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