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 대만 대선에 파장…친중 후보들도 '일국양제' 반대
국민당 한궈워·귀타이밍 이어 무소속 커원저도 입장 선회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둘러싼 홍콩의 대규모 반중시위가 대만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친중노선을 표방해온 최대 야당인 국민당의 유력 경선후보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잇따라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국민당 후보로 꼽히는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도 홍콩 시위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다 여론의 비판으로 인기가 떨어지자 태도를 바꿔 일국양제 반대로 돌아서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독립을 지향하는 여당인 민진당에는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국민당 경선 후보인 궈타이밍(郭台銘. 68) 훙하이(鴻海)정밀공업 회장은 지난 16일 "홍콩의 일국양제는 실패했다"고 잘라 말했다. 훙하이는 중국에서의 전자기기 생산이 주력사업이다. 궈 회장은 중국 정·재계와의 관계가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여당인 민진당 후보로 확정된 현직 차이잉원(蔡英文. 62) 총통은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 등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당 후보들에게 크게 뒤져왔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의 선거판세는 쉽게 변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내년 1월 선거께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지만 홍콩사태로 판세는 혼전양상으로 변했다.
야당인 국민당도 일국양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6월에 중국측이 통일촉진 명목으로 개최한 양안교류 이벤트에 당 부총재가 공식참가하는 등 친중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궈타이밍 회장 등 경선후보들의 대중국 비판도 '겉모습일뿐'이라며 냉담하게 보는 의견이 많다.
국민당은 내달 중순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한궈워 가오슝 시장은 이달 9일 홍콩 시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3월에 홍콩을 방문, 현재 시위대의 타깃이 되고 있는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회담한 사실이 대만 언론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한 시장은 5월 초 까지만 해도 국민당 대선후보 예선에 관한 민간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궈타이밍 회장을 10 포인트 이상의 큰 차이로 앞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홍콩문제로 인기가 하락, 현재는 접전 상태다.
그는 15일 "내 주검을 밟고 넘어가지 않는 한 (대만에서의 일국양제는) 없을 것"이라며 황급히 태도를 바꿨지만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해 예선결과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대만 대선은 민진당의 차이잉원, 7월에 결정될 국민당 후보, 무소속으로 타이베이(臺北) 시장인 커원저(柯文哲. 59)의 3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커 시장은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양대정당에 불만인 중산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도 최근 "일국양제는 대만에서 지지받지 못한다"며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늘려가고 있다.
통일을 추구하는 중국 측은 친중적인 국민당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총통선거의 전초전인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이 민진당에 압승했지만 홍콩 사태를 계기로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어 대만 대선에 대한 중국의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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