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복무 중 외야 나들이…김태진·NC 모두에 신의 한 수
내야 유망주에서 만능 멀티플레이어로 재탄생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김태진(24)은 촉망받는 내야수 유망주였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14년 입단한 김태진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2로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끌어 올렸다.
하지만 1군에서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NC 주전 2루수 박민우 역시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였다. 게다가 김태진은 2015년 1경기 3타수 무안타, 2016년 2경기 2타수 1안타 등 1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태진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찰 야구단에 입대, 2017∼2018시즌 동안 복무했다.
경찰에서 김태진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외야 수비다.
어느 날 유승안 경찰 감독이 김태진에게 "외야 수비를 언제 해봤나?"라고 물어봤다. 김태진은 "고등학교 때 해보고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유 감독은 김태진에게 좌익수로 나가라고 지시했다.
김태진이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외야수로 나간 순간이다. 김태진은 학생일 때도 주로 내야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다소 어리둥절했다.
유 감독은 김태진에게 "외야에서 놀다 와라"라고 가볍게 말하며 부담을 덜어줬다.
김태진은 "그때 외야수 선임들이 몸 관리를 해야 할 시기가 돼서 저를 외야로 내보내신 것 같다"며 "저도 감독님께 '예, 놀러 갔다 오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부담 갖지 않고 외야를 봤다"고 떠올렸다.
김태진은 경찰에서 좌익수, 우익수를 넘나들며 외야 수비 감각을 익혔다.
내·외야 수비력을 모두 장착하고 2018시즌 말 제대한 김태진에게 2019년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3월 28일 지명타자로 처음 출전했던 김태진은 시즌 초반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박민우를 대신해 내야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4월 박민우가 복귀한 이후에는 외야 교체 자원으로도 활약했다.
그런데 5월 NC의 핵심 외야수 나성범이 지난 5월 크게 다쳐 시즌 아웃되면서 김태진은 본격 외야수로 출전하게 됐다.
상황에 따라 좌익수, 중견수로 출전하고 경기 중 3루수 등 내야로 이동하기도 했다.
김태진은 "경찰에서 해 놓은 게 지금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투수, 포수 빼고 다 가능하다"는 김태진의 멀티 활약 덕분에 NC는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서도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동욱 NC 감독도 김태진에 대해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기회를 얻다 보니 안정감이 생겼다"며 칭찬했다.
김태진은 내야수 경력이 더 긴 만큼 내야에 마음이 기우는 내색을 보이면서도 "외야는 공이 뜨면 잡으러 간 뒤 중계 플레이하는 과정이 더 단순해서 좋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외야수의 단점은 더그아웃에서 외야까지 뛰어가는 게 멀어서 힘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 시즌 실책이 1개 있지만 무리 없이 내·외야 수비를 펼치고 있는 김태진은 "경기에 나가니 타격도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수비가 잘 되면 타격도 더 잘 돼서 수비 때 집중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주전이 아니라 주전이 되는 과정"이라며 "기회가 왔으니 꽉 잡아야 한다. 이탈하지 않아야 끝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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