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이행 축소 2단계 발표"…중수로 관련인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가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유럽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이유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2단계 조처를 17일(현지시간) 발표한다고 이란 타스님뉴스가 보도했다.
이란 원자력청이 아라크 중수로에 이란 취재진을 대거 초청한 것으로 미뤄 이날 발표할 2단계 조처는 이 원자로와 관련된 내용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아라크 중수로를 20㎿ 이하의 연구·의료용으로 설계변경(현대화), 재건축하고 있다.
아라크 중수로가 재건축되면 핵무기 제조를 할 수 없는 수준의 플루토늄만 소량 생산될 뿐 아니라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반영구적으로 국외 반출해야 한다.
중수로는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쓸 수 있고 경수로보다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쉽다.
이와 관련,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지난달 8일 유럽과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 아라크 중수로의 현대화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플루토늄 생산을 염두에 둔 조처다.
앞서 이란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1년에 맞춰 지난달 8일 핵합의에서 약속한 의무(핵프로그램 동결·축소) 가운데 일부의 이행을 중단하는 1단계 조처를 했다.
이란 정부는 당시 2031년이 기한인 저농축(3.67%)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각각 300㎏, 120t)를 지키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핵합의 26조와 36조를 이 조처의 근거로 삼았다.
26조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 완화·해제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명시하고 이 제재를 복원하거나 추가 제재를 부과하면 이란은 자신의 의무(핵프로그램 제한) 이행을 중단할 근거로 삼는다는 내용이다.
36조는 이란과 서방 중 어느 한쪽이 핵합의를 위반한다고 판단할 때 이를 논의하는 최장 65일간의 절차를 규정했다.
이란이 우라늄과 중수 보유 한도를 넘기기로 한 것은 지난달 3일 미국이 이들 핵물질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돕는 행위까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일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31일 낸 분기 사찰보고서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과 중수 보유량 모두 핵합의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언론들은 원자력청이 한도를 넘은 중수와 저농축 우라늄 저장량 등을 17일 공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8일 핵합의 이행 축소를 발표하면서 60일 안으로 유럽 측이 핵합의에 따라 이란과 교역, 금융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후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과 EU는 이란과 핵합의 이행과 관련해 수차례 접촉했다. 그러나 양측의 핵심 사안인 인스텍스(이란과 유럽의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 특수목적법인) 가동은 1월 프랑스에 설립을 신고한 뒤 공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이 중 한 곳인 영국의 외무장관이 최근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란과 관계가 악화했다.
이란은 유럽에 통보한 60일 '데드라인'을 3주 앞두고 핵합의에서 또 한걸음 발을 빼면서 유럽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별다른 진전없이 60일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7일이 지나면 이란은 핵합의를 본격적으로 탈퇴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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