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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가슴을 꿰뚫은 마법의 바로크 바이올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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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가슴을 꿰뚫은 마법의 바로크 바이올린 활
'레이철 포저 &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음표 하나하나가 가슴을 꿰뚫었다. 이것이 잘 안다고 생각한 비발디의 '사계'인가? 그들이 연주하는 동안만큼은,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한 그 '사계'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들렸다. 이제 '음악작품'이라는 말의 정의를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작품이란 작곡가가 적은 '악보'에 있는 게 아니라 '악보에 적힌 음표들을 연주하는 바로 그 순간에 탄생하는 것'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선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철 포저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마법과 같은 바로크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다. 특유의 우아한 카리스마로 어떤 무대에서나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곤 하던 레이철 포저가 10년 만에 다시 내한했기 때문인지 객석은 그의 연주회를 기다린 음악애호가로 꽉 들어찼다.
공연 전반부는 코렐리와 제미니아니 등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합주협주곡들을 중심으로 연주됐고, 공연 후반부에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전곡이 연주됐다. 공연 프로그램은 관객들을 배려하여 매우 세심하게 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연 후반부에 '사계'가 연주되는 만큼 공연 전반부에는 '사계'와는 성격이 다르면서도 바로크 음악 진수를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음악회를 여는 코렐리 합주협주곡 작품6의 3번이 바로크 음악의 편안함에 빠져들 수 있도록 안내했다면, 곧이어 연주된 만프레디니 합주협주곡 작품3의 7번은 화려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바로크 음악의 즐거움을 전했다.
또한 공연 전반부 마지막 곡으로는 바흐의 하프시코드협주곡 BWV(바흐작품번호)1055가 연주되어 바로크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프시코드(피아노 이전에 연주된 옛 건반악기)라는 악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공연 후반부의 '사계' 연주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전했기에 상대적으로 공연 전반부 연주가 다소 지루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한 전반부 공연은 여러 악기가 조화된 바로크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매력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후반부 공연에서 흰 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자태로 무대에 등장한 레이철 포저는 독주자로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며 '사계'를 거침없이 연주했다. 생기발랄한 봄을 주제로 연주를 시작한 레이철 포저는 새 소리를 표현한 부분에서부터 활의 탄력을 이용한 활기찬 연주로 봄의 생명력을 전했고, 종종 악보에 없는 여러 장식음을 추가하거나 혹은 선율을 약간 변형시키곤 했다. 이는 음악작품을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던 바로크 시대 연주 관행을 따른 것으로 '사계'를 더욱 참신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악보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보여줬다. 가을 사냥터에서 활을 쏘며 짐승을 잡는 부분에서 현악기 주자들은 줄을 강하게 튕겨 줄이 지판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도록 했는데, 이는 20세기 곡 연주에나 사용되는 현대적인 주법이지만 비발디 곡에 매우 잘 어울렸다. 또한 겨울에 추위에 떠는 부분에선 줄을 버틴 브리지 가까이에 활을 놓고 연주하는 특수 주법으로 카랑카랑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추운 느낌을 강조한 것도 흥미로웠다.
'사계' 연주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서는 '브라보' 환호와 열렬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커튼콜이 계속되자 레이철 포저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4의 12의 느린 악장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환호에 답했다.


herena88@naver.com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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