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전설은 끝났다…이젠 인파와 쓰레기와 셀피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에베레스트는 끝났다". 한때 구극의 도전의 상징으로 신성시됐던 지구상 최고봉 에베레스트(8천848m)가 인간의 무분별한 등정으로 그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반객들은 먼저 등정한 등반객들이 '셀피'를 찍는 동안 정상 부근 좁고 위험한 등반로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거센 바람과 추위, 산소 결핍으로 치명적 손상을 입기도 한다.
또 정상 부근에는 등반객들이 남기고 간 각종 쓰레기가 쌓이고 또 일부는 도움을 호소하는 위험에 처한 등반객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근래 전 세계로부터 등반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에베레스트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5일 등반의 전통 상식을 뛰어넘는 무분별한 등반 열풍 속에 에베레스트는 더는 지구상 최고봉으로서 갖는 문화적 힘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전설적인 에베레스트가 갖는 신비함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반의 전통적 지혜 가운데 하나는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에베레스트에서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모함과 무리가 일상화하면서 이에 따른 등반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비싼 돈을 내고 등정에 나선 등반객들이 '본전을 뽑기 위해' 불문율처럼 돼 있는 제한 시간을 무시하는 무리한 등반을 강행하고 있다.
또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등반객들의 요청을 무시하는 사례가 허다해 전통적 등반윤리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과연 위험에 처한 등반객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국제 산악계에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근래 들어 아마추어 등반가들도 7만 달러(약 8천400만원) 정도만 내면 상업등반대의 안내와 도움을 받아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설 수 있다. '에베레스트 산업'이 성행하면서 웬만한 초보 등산가들도 등정에 나설 수 있고 네팔 당국은 상업 등반업체들에 등반허가를 팔아 수입을 올리고 있다.
네팔 관광 당국은 그러나 급증하는 등반 사고가 등반객 증가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며 정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관광 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빈국으로서 등반객을 대폭 제한하고 나설지는 의문이다.
에베레스트와 같은 8천m 이상 고산 등반에는 죽음이란 위험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근래 급증하고 있는 고산 등반 사고는 그것이 불필요한,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산악계의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무엇 때문에 무분별하게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에베레스트를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불분명해지면서 세계의 상상, 그리고 아이디어와 문화적 힘으로서 에베레스트가 지녀온 의미가 없어졌다고 애틀랜틱은 지적한다.
고산 등정은 전통적으로 고도의 등반 기술을 필요로하는 전문 산악인 영역이다. 고산 등정을 위해서는 숱한 고비를 넘겨야 하며 등반 도중 동반자를 잃거나 신체 일부를 손상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도전에 나선다.
그러나 오늘날 '에베레스트 정상 셀피'는 전통적인 '고독한 등정'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하고 있다. 가장 고독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소셜 미디어라는 매우 부적절한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베레스트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일정 기간 폐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할 경우 전 세계 산악인들이 항의는 물론 에베레스트 등반에 의존하고 있는 수많은 셰르파의 생계 문제가 걸려있다. 에베레스트를 폐쇄한다면 셰르파 부족을 집단 이주시켜야할 판이다.
에베레스트는 등반객 정체와 급증하는 사망사고 같은 인재(人災) 외에 이미 환경적 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에베레스트가 위치한 히말라야산맥은 금세기말까지 빙하의 3분의 1이 녹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17억 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홍수와 농작물 파괴와 같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등반의 지혜인 것처럼 이제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쇄도하기보다 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라고 애틀랜틱은 강조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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