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캡틴' 손흥민 "선수들 능력 끌어내는 게 내 역할"
"'혹사'라고 생각 안 해…어느 포지션이든 준비돼 있다"
"챔스 트로피 보고도 못 가져온다는 생각에 상심 컸다"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선수들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은 조력자를 자처했다.
호주·이란과의 A매치를 대비해 5일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대표팀 소집 훈련.
전날까지 소속팀 일정으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밝은 표정으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 2일 리버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친 손흥민은 3일 오후 귀국한 후 이틀도 채 쉬지 못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손흥민은 담담했다.
그는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몸 상태도 좋고, 평가전 두 경기가 끝나면 쉴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전했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이지만, 손흥민은 자신이 역할이 "선수들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가진 장점과 능력들을 잘 알고 있다"며 "경기에서 그 능력들을 끌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돕겠다"고 다짐했다.
벤투 감독은 3월 볼리비아·콜롬비아와의 평가전 당시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손톱' 작전을 사용했다.
당시 손흥민은 강호 콜롬비아와의 대결에서 선제골을 넣어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
이번에는 어떤 포지션으로 경기에 나설 것 같은지 묻자, 손흥민은 "포지션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감독님이 중앙 수비수를 보라고 하시면 그 위치에서 뛰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느 포지션이든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감독님이 내 능력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해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을 몰아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끈 손흥민은 '마지막 벽'이었던 리버풀을 넘지 못하고 결승에서 0-2로 패배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그는 경기 후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나지 못했다.
손흥민은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자랑스럽지만, 목표였던 우승을 달성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며 "트로피를 보고도 못 가져온다는 생각에 상심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풋볼이 선정한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너무나 큰 영광이고 꿈만 같은 일"이라며 "팀 동료들과 새벽 4시에도 일어나 응원해주신 한국 팬들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오가며 20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골들도 중요하지만, 시즌을 부상 없이 치렀다는 게 가장 감사하다"며 "잘했던 때도, 못했던 때도 있었지만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었다"고 돌아봤다.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그는 5일 새벽 펼쳐진 한국과 일본의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을 봤다고 했다.
한국은 오세훈의 헤딩 결승 골을 앞세워 일본을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그는 "축구 팬으로서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희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선수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고, 결승까지 진출해서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더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U-20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 중인 이강인에 대해서는 "강인이의 기량도 뛰어나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잘 받쳐주는 것 같다"며 "모든 선수가 노력과 희생을 하기 때문에 한 선수를 칭찬하기보다는 모두를 격려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벤투호는 6월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 뒤 같은 달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갖는다.
trau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