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등 터질라"…동남아권, 美中에 양보·자제 촉구
싱가포르 "美, 중국 인정해야"…필리핀, 中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꼬집어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에 이어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자 애꿎은 피해를 우려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양국에 양보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전날 미중 국방 수장들이 참석한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미중 양국에 '제로섬' 활동을 피하라고 요청했다.
리 총리는 "한쪽의 모든 조처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도전으로 보이고, 이는 상응 조처를 낳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또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중국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강해지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를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역, 지적재산, 사이버 보안, 소셜 미디어 등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국제 질서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제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중국에 더 큰 발언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핵심 권익을 중시하면서 물리력이나 위협보다는 외교와 타협을 통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같은 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제포럼 연설에서 "중국을 사랑하지만, 어느 한 국가가 모든 바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게 옳은 일이냐"고 물었다.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필리핀은 물론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 등 인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인 출동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행동준칙(COC)을 조속히 내놓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이미 해당 수역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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