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학생 "오류 문항 탓 시간 지체"…실제 시험서 3개 문항 오류 확인
학교 측 "학생 부정행위 없었고 문제 오류 고려해 성적 인정하려고 했던 것"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한 고등학교가 학생이 시험시간 내 답안지에 마킹하지 못한 다수의 답을 사후 인정해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도내 모 사립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계열 과목 중간고사가 치러졌다.
학생들은 객관식과 주관식을 포함한 25개 문항을 50분 안에 풀고 답안지에 마킹까지 끝내야 했다.
그러나 한 학생은 시험시간이 종료된 뒤 친구들과 시험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다가 본인이 마킹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알아차리고 교무실로 내려갔다.
이 학생은 당시 주관식 8개 문항의 답은 답안지에 기재했지만, 객관식 나머지 문항에 대해서는 답을 전혀 마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생은 교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시험지를 맡긴 뒤 일단 다음 시험을 위해 교실로 돌아갔다.
이후 학교 측은 학업성적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성적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오류가 있는 문제 때문에 시간을 많이 허비해 마킹을 제대로 했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시 시험 진행 도중 해당 학생 등 2명이 오류를 지적해 2개 문항에서 일부 문구 등이 수정됐다.
이 밖에 1개 문항에 대해서는 시험 종료 이후 재시험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사들은 시험시간이 끝나면 답안지 마킹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보고 0점 처리한다는 원칙 등에 미뤄 답안지에 기재되지 않은 답에 대해서는 성적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일부는 학생이 시험 종료 뒤 마킹을 시도하는 등 부정행위는 없었고, 문제에 오류가 있었던 점에 미뤄 성적 인정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학교 측은 3차례에 걸친 학업성적위원회 회의 끝에 해당 학생이 시험지에 써넣어둔 답에 근거해 성적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문제를 낸 교사에 대해서는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학교장 이름으로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그 직후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다른 학부모 등이 학교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학교 측은 도교육청 질의를 거쳐 학생이 답안지에 마킹하지 않은 답에 대해서는 0점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부정행위를 하지는 않았고 공교롭게 해당 시험에서 발견된 오류 문항 탓에 시간이 지체됐다고 진술한 상황이었다"며 "실제 오류 문항이 있었던데다 안타까운 마음에 성적 처리를 해주려고 한 것인데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적을 인정해주기로 결정한 뒤에야 이 학생이 시험이 끝나고 바로 교무실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시험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사실을 알게 돼 문제가 있다고 보고 (미기재된 답들은) 0점 처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생 측은 시험에서 다수 오류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최종 처분 결과는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학교에서는 지난해와 2017년에도 학생들이 시험시간 안에 마킹을 마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원칙적으로 0점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관리 업무에 문제를 일으킨 해당 학교에 대한 후속 조처 여부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