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칸 영화제 도전과 영광의 역사
(칸[프랑스]=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한국 영화와 칸의 인연은 1984년에 시작됐다.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1984년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부터다.
본 무대인 장편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이름을 올리기는 그로부터 16년 후인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임 감독은 당시 수상에 실패했으나 2년 뒤 '취화선'으로 다시 도전해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데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두 편이 경쟁부문에 올랐다. 한국영화 두 편 동시 진출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중 '올드보이'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바로 다음 순위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칸에서 한국영화 위상을 드높였다.
같은 해 수상에 실패한 홍상수 감독은 이듬해인 2005년 '극장전'으로 칸에 재입성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7년에도 한국영화 '밀양'(이창동)과 '숨'(김기덕) 두 편이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중 '밀양'의 주인공 전도연이 한국 배우로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며 한국 감독으로 처음으로 2회 본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0년에 세 번째로 한국영화 두 편이 장편 경쟁부문에 도전했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다. 이 중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홍상수 감독이 '다른 나라에서'로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으로 칸 경쟁부문에 입성했지만, 무관에 그쳤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4년 만에 칸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동안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등 다른 본상 수상에는 성공했지만, 최고권위 황금종려상과는 인연이 없던 한국영화는 올해 드디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그 영예를 안게 됐다. 한국영화의 칸 본상 수상은 9년 만이다.
한국영화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적 특색 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렸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1978년 제31회 질 자콥이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되면서 신설한 부문이다. 시상은 1998년에 도입됐다.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1984년에,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1989년에 각각 초청된 이후 1997년부터 한국영화가 이 부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는 홍상수 감독 활약이 두드러졌다. '강원도의 힘'(1998), '오! 수정'(2000), '하하하'(2010)로 세 차례 초청을 받았으며, 이 중 '강원도의 힘'으로는 특별언급상을, '하하하'로는 대상을 받았다.
특히 2011년에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으로 대상을 받아 한국영화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2연패 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 두 편이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도 최근 한국영화 진출이 잇달았다. 이 부문에는 주로 장르 영화가 초청된다.
2014년 '표적'(창감독). 2015년 '오피스'(홍원찬), 2016년 '부산행(연상호), 2017년 '악녀'(정병길), 2018년 '공작'(윤종빈), 올해 '악인전'(이원태)에 이르기까지 6년 연속 이 부문에 초청됐다.
이밖에도 2013년에는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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