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장관,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서 별도로 만난다
패트릭 섀너핸 美국방장관 대행-웨이펑허 中국방부장 회동 성사
무역전쟁·남중국해 갈등 상황서 주목…북핵 문제도 논의할 듯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및 안보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양국의 국방장관이 다음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별도로 만난다.
미국 AP통신과 영국 로이터통신 등은 2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국방부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 관리는 "우리는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별도로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섀너핸 대행의 중국 카운터파트는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다.
양국 국방 수장간 만남은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등 양국간 무역 갈등이 증폭되고, 양국간 남중국해를 둘러싼 안보 갈등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성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섀너핸 대행은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의 회동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섀너핸 대행이 오는 28일부터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섀너핸 대행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이다.
샹그릴라 대화는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이며, 올해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개최된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도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샹그릴라 대화에 국방부장을 파견한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력 팽창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기적으로 '항해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수시로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섬 주변에 군함을 파견하고 군용기 비행을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상원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중국인 개인과 법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제재법안'(South China and East China Sea Sanctions ACT)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공화) 등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제출한 법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국가들 사이의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전,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나 정책에 관여한 개인이나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 비자를 철회하거나 불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또 미국 국무부가 남중국해의 분쟁지역에서 인공섬 조성 프로젝트 등에 관여한 중국인 개인이나 회사들을 파악해 6개월 단위로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23일 중국의 군사력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는 내용의 '2020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국방 프로그램과 연관된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연구기관·대학 명단'을 국방부가 작성토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 의회가 '남중국해·동중국해 제재 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 교부 대변인은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이 8년 만에 샹그릴라 대화에 국방부장을 파견하는 것도 미·중 무역 전쟁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우군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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