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대치 속 대구서 구속된 경찰관 재판 관심
검찰 몇만원 혐의까지 일일이 열거…법조계 "유사 사건과 다른 모습"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경의 입장이 엇갈린 시점에서 검찰이 구속기소한 대구시내 모 경찰서 간부 A(46)씨에 대한 재판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 경찰관은 지명수배자에게 관련 정보를 확인해주거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로 이달 초 구속기소됐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김형한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경찰관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 설명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일반 형사사건 공소사실 요지 설명 때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핵심 사항을 중심으로 열거하던 대구지검이 이 재판에서는 성매매알선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에 대한 설명에 이어 피고인이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2만원짜리 피자 3판을 받거나 초밥을 대접받은 내용 등도 시간과 장소 등을 자세히 언급했다.
많아도 100만원 안팎에 그쳐 다른 범죄 혐의 입증과 큰 관계가 없는 사항까지 일일이 밝혔다.
또 형사단독 재판부 심리에서는 드물게 공판부 검사뿐 아니라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검사도 출석해 사건의 중요성을 스스로 보여줬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대구지검이 업무와 관련해 업체 관계자에게서 향응을 받은 대구시교육청 공무원 수사 때와는 대조를 보였다.
당시 검찰은 해당 공무원이 33차례에 걸쳐 200여만원 상당 향응을 받은 것을 밝혀냈지만 "접대받은 금액이 많지 않다"며 대구교육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의 고무줄식 사건 처리에 해당 경찰관 변호인은 "피고인이 강력·마약사건 수사정보원과 교류한 것을 마치 이들과 어울려 과한 금품과 향응을 받은 부패한 공무원으로 보이도록 검찰이 설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성매매알선 혐의에 대해서도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 방조한 잘못은 인정할 수 있지만, 피고인을 성매매 업주로 묘사한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한 경찰관은 "수사정보원을 더 큰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검찰을 포함해) 수사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검찰이 마치 부당 거래를 한 것처럼 짜 맞추기를 해 A씨와 다수 경찰을 망신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역 한 변호사는 "검찰의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입장이 상반된 민감한 시기여서인지 지난해 시교육청 공무원 비위 사건 수사와는 다른 검찰의 모습을 경찰과 일반 시민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이 같은 자세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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