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폭력사태는 사전에 계획된 사건"
경찰,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58명 체포…"현금 봉투 다수 압수"
가짜뉴스 확산 막기 위해 일부 지역 소셜미디어 차단 조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2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 폭력사태가 실은 특정 세력이 동원한 폭력배들에 의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CNN 인도네시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카르타 시내 선거감독위원회(Bawaslu) 앞에선 전날 밤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지지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폭죽, 돌 등을 던지며 밤새 투석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최소 6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에게는 실탄과 총기가 지급되지 않았지만, 사상자 중 일부에게선 총상이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특정 세력에 의해 기획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물도코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시위 현장에서 권총 2정을 압수했다면서 "테러단체가 아닌 특정 집단이 상황을 진흙탕으로 만들 목적으로 조직적 노력을 했다고 믿는다. 우린 누가 배후에 있는지 알고 있다. (진상을 밝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위란토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돈을 받고 고용된 이들이 폭력시위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폭도들이다. 공격을 한 자들은 돈을 받고 고용된 문신한 폭력배들"이라면서 "정부에 대한 증오와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준비된 시나리오라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투석전에 사용할 돌멩이 등이 실린 승합차와 현금 600만 루피아(약 49만4천원)가 든 봉투들을 발견했다. 일부 현지 매체는 이 승합차에 그린드라당 로고가 붙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경찰은 폭력시위를 주도한 참가자 58명을 연행해 배후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돈 봉투를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자는 "이들은 대부분 서(西)자바와 반텐, 중부자바 등 자카르타 이외 지역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즉흥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폭력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군인들을 자카르타 시내에 배치하고, 일부 지역에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이 머무는 보고르 대통령궁에 경력 1천200여명이 배치되고, 국회의사당 정문이 폐쇄되는 등 주요시설의 보안 태세도 대폭 강화됐다.
22일 오후 현재 Bawaslu 앞에서 진행 중인 야권 지지자들의 집회는 대체로 평화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서(西)자카르타 지역에선 시위대가 경찰 버스 1대와 미니버스 2대를 불태우는 등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프라보워 대선 캠프의 다닐 안자르 시만준탁 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면서 "프라보워 후보는 처음부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민주적 권리를 평화적으로 행사할 것을 권장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전날 새벽 조코위 현 대통령이 55.5%의 득표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44.50%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프라보워 후보는 정부, 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선거 불복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후보는 5년 전 2014년 대선에서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에게 6.2%포인트 차로 패했을 때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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