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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줄기세포 발달 메커니즘 밝혀냈다
미 UC 샌디에이고 연구진, 세 번째 'Wnt 신호전달 분자' 발견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질환이 생기면 치료법으로 골수이식을 먼저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 줄기세포(조혈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맞는 골수를 찾기가 어려워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의 칼 윌러트 세포·분자 의학 교수팀이 배아의 혈액세포 발달에 핵심적 기능을 하는, 새로운 신호전달 분자를 발견했다. 이는 혈액 줄기세포의 실험실 배양법을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윌러트 교수팀은 20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발표했다.
이 대학이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이 발견한 Wnt9a는 'Wnt계(Wnt family)'의 또 다른 신호전달 분자다. 배아 혈액세포의 발달에 두 종의 Wnt계 신호전달 분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인데, 그동안 몰랐던 세 번째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이 제브라피시 실험을 통해 알아낸 혈액 줄기세포의 발달 메커니즘은 이렇다.
먼저 Wnt9a 분자가 혈액 줄기세포 표면의 '프리즐드 수용체(Frizzled receptor)', 정확히 말하면 fzd9b와 결합하면서 EGFR이라는 표피 생장 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를 fzd9b 곁으로 끌어들인다.
그런 다음 EGFR이 fzd9b의 안쪽 꼬리에 인산기(phosphate group)를 붙여 결합 표시를 하는데, 이 최종 확인이 떨어지면 줄기세포가 혈액세포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암 치료법이 EGFR을 표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이 결과는 흥미롭다. 암세포의 성장과 종양 형성에도 종종 이 발달경로가 이용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스테파니 그레인저 박사는 "지금까지 혈액 줄기세포의 실험실 배양 시도가 모두 실패한 건 부분적으로 EGFR과 Wnt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공동 수석저자인 윌러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그런 암 치료법이 Wnt 계열의 분자 신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지금은 EGFR 억제제가 혈액 줄기세포의 생리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지만, 추후 연구에선 분명히 이 상호작용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실제와 달리 Wnt계 분자로부터 신호를 받은 것처럼 혈액 줄기세포를 속이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 기술을 찾아내면 인간 혈액 줄기세포의 실험실 배양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또한 암세포가 Wnt계 분자와 프리즐드 수용체, EGFR 수용체 등을 통해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 알아내면 이 신호가 제어되지 않는 악성 종양을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로가 열릴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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