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등을 켜자"…전국 사찰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종합)
서울 조계사 불자·각계 인사로 빼곡…산재 희생자 유족들도 참석
文대통령 "남북 평화로 나아가도록 불교계 앞장서 달라"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2일 서울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는 봉축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됐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불자와 시민, 외교사절, 정계 인사 등이 참석해 대웅전 주변을 가득 메웠다.
법요식은 첫 순서인 도량결계 의식으로 시작했다. 이 의식은 중요 법회나 불사(佛事)가 열리는 장소를 깨끗이 하고 엄숙하게 만드는 불교 전통의식이다.
이어 향, 등, 꽃, 과일, 차, 쌀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에게 올리는 육법 공양,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북을 치는 명고, 모든 중생이 종소리를 듣고서 괴로움에서 벗어나 성불하기를 바라는 명종 순으로 진행됐다.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전국 사찰서 봉축법요식 / 연합뉴스 (Yonhapnews)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이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승가에게 귀의를 서약하는 삼귀의례, 지혜의 실천을 강조한 대표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 봉독, 번뇌와 탐욕을 씻겨내는 의식인 관불 등이 이어졌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대웅전 앞 법상에 올라 낸 봉축 법어에서 "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 동체의 등을 켜고, 내 가족만이 아닌 어려운 이웃들과 자비의 등을 켜고, 국민 모두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희망의 등을 켜자"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마음과 마음에 지혜의 등불을 밝혀 어두운 사바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또 다른 나를 위해 광명이 되고, 이 사회의 등불이 되자"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도 봉축사를 통해 "사부대중은 1천700년 동안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저어 고해를 이겨냈다. 삶이 힘들고 험난할 때마다 일심으로 기도하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다"며 "공동체 구성원은 만년의 정토를 위해 '화합'이라는 백만등불을 밝히자"고 강조했다.
그는 "화합은 우리를 불필요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편안함을 만드는 출발점이요, 종착점"이라며 "우리가 모두 누려야 할 편안함에 이를 때까지 쉼 없이 정진하면서 백만원력(百萬願力)이라는 등불로 국토를 환하게 밝히자"고 제언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봉축 메시지를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올해는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뜻깊은 해"라며 "자랑스러운 우리 독립운동 역사 속에는 불교계의 헌신과 희생이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립과 논쟁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화쟁 사상'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져도 화합하고 소통하는 '원융회통'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라며 "남과 북이 자비심으로 이어지고, 함께 평화로 나아가도록 지금까지처럼 불교계가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도 더욱 담대히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며 "부처님 오신 날을 다시 한번 봉축 드리며, 부처님 오신 날을 밝히는 연등처럼 평화와 화합의 빛이 남북을 하나로 비추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법요식에는 산업재해 등으로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故)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 씨, 태안화력발전소 산재 사고 희생자 고(故)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이영문·윤미자 씨, 고(故)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 유가족 최영자·서희철 씨, 나눔의 집 이옥선 할머니가 참석해 헌화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이동해 부처님에게 예를 갖췄다.
다른 종교를 대표해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헌화에 나섰다. 김 대주교 외에도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 유교 성균관 손진우 수석부관장, 천도교 김춘성 종무원장도 함께 했다.
법요식에는 정치권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이 자리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방 일정 등을 이유로 법요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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