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미-이란 충돌 발화점 되나…美 '긴장'
항모전단 파견은 이라크 주둔 미군 보호 목적(?)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군은 그동안 이라크 내에서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 시아파 민병대와 협력해왔다.
미군은 지난 2016년 가을 IS의 이라크 내 거점인 모술 탈환에 나선 이라크 민병대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1010 공수사단 등 5천여명의 병력이 모술 공군기지 부근 지역에서 민병대와 가깝게 주둔하고 있다.
앞서 이라크전에서는 미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서로 싸워 미군 수백명이 전사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공동의 적을 앞에 놓고 이른바 적과 불안한 동거를 유지하고 있다.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8일 최근 미-이란 긴장 고조와 함께 이라크내 미군과 친이란 민병대간의 미묘한 관계를 분석했다.
이라크 내 IS 소탕 작전을 주도한 민병대는 이라크 인민동원군(PMF, PMC)이라는 이름으로 40여 민병조직이 참여, 이라크 보안군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시아파 무슬림이나 일부 수니파와 기독교, 야지디 부족도 있다.
2014년 이라크군이 맥없이 IS에 굴복하자 수천 명의 전사들을 모집해 출범했다. 일부는 이란 혁명수비대로부터 훈련을 받는 등 이란의 영향력 하에 있으나 다른 일부는 이란의 영향력을 거부하면서 이라크 민족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2018년 전면 개편 이후 신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로 불리며 이라크 정부의 지원으로 다른 이라크군과 동일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같은 시아파를 신봉하는 이란으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고 있어 미군과 이라크 민병대와의 협력은 IS 소탕을 위한 글로벌 작전이 가져온 괴이한 동맹이라는 지칭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괴이한 동맹 관계가 만약 미국과 이란 간에 무력분쟁이 발발한다면 그 발화점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란으로부터 모종의 위협을 이유로 미국이 항모전단을 아라비아반도 수역으로 파견하면서 미-이란 긴장이 급격히 고조하고 있다. 미 관리들은 이미 이란을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미군이나 다른 동맹군을 공격할 위험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예정된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급거 바그다드를 방문해 이라크 지도자들과 위기상황을 논의하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 관리들은 사실상 이란의 대리인격인 이라크 민병대가 이라크 주둔 미군에 가하는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특히 공동의 목표였던 이라크 내 IS 세력이 거의 와해한 만큼 이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점령군으로 규정해 이에 대해 저항군으로서 민병대의 역할을 부각하는 이념적, 정치적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7년 한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는 연설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라크의 적이라고 선언하는 등 이란의 영향 아래 있는 민병대 세력은 최근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미군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들은 나아가 이라크 의회에 미군 축출 표결을 촉구하면서 만약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IS 소탕 작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들이 민병대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17년 10월 미 국무부는 이라크 바스라 미영사관 직원들을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 공격을 이유로 소개하기도 했다.
미군은 따라서 IS 소탕 작전 과정에서 이란과 밀착된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공중 지원을 꺼려왔으며 현재 이들 민병대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제는 이라크 내 IS라는 공동의 적이 사실상 와해한 데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권력 구조도 바뀌면서 미군에게는 상황이 불리해지고 있다. 이라크 총선에서는 민병대와 연계한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또 현지 미군 지휘관들은 아직 시리아와 이라크 내에 IS 잔당의 영향력이 남아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당장 민병대와의 공조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새로운 전략을 펴기에는 미국으로서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상당수 관측통도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책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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