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의 민평련·더미래, 목소리 커지나…친문분화 가속화 조짐
원내대표 경선 계기 당내 역학변화…핵심 지지기반 민평련·더미래, 당직진출 폭 커질 듯
전당대회 이어 원내대표 선거서도 친문세력 나뉘어…'세대교체' 분석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차지연 김여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사령탑 경쟁이 마무리되면서,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과 더좋은미래(더미래)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민주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민평련과 더미래가 이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 도전 의사를 지난 2월 민평련 회의와 더미래 회의에서 연달아 공식화할 정도로 두 모임에 소속감이 크다.
민평련과 더미래 소속 의원들은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원내대표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두 모임에 모두 속해있는 한 의원은 "민평련과 더미래 소속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열심히 뛰었다"며 "당이 더 변화해 국민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과 이대로는 총선에서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평련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재야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대표를 맡은 우원식 의원을 포함해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더미래는 민주당 내 진보·개혁성향 의원들의 정치행동·정책의견그룹이다. 박완주 의원을 대표로 30여명이 소속돼있다.
민평련과 더미래에는 겹치는 구성원이 많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민평련과 더미래 소속 의원들이 원내지도부 등 당직 진출 폭을 넓히고, 목소리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원내대표는 아직 원내지도부 인선을 완료하지 않았다.
먼저 발표된 지도부 명단을 보면 민평련·더미래 소속인 정춘숙 의원이 원내대변인, 더미래 소속 김영호 의원이 부대표를 맡았다.
친분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인선하겠다는 것이 이 원내대표의 생각이지만, 정치 행보와 지향점을 같이 해온 민평련·더미래 의원들이 원내지도부에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수석부대표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김민기 의원은 민평련 소속이다.
민평련은 매주 화요일, 더미래는 매주 수요일 각각 여는 모임을 이어가며 각종 정책 대안 제시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당내 지도부 회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 역시 다지고 있다.
민평련·더미래 소속 의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해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원내회의를 제대로 운영하고 최고위원회의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해야 한다. 민평련과 더미래가 역할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평련·더미래의 당내 역할이 커지는 것과 맞물려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친문세력의 분화도 주목받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에는 민평련·더미래 계열 의원뿐 아니라 친문 의원들도 대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소위 '부엉이'라 불리는 친문 의원들 다수가 이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친문세력 분화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전당대회 때도 포착된 바 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의 핵심인 이해찬 대표를 지지하는 그룹이 있었던 반면, '부엉이 모임'으로 불린 친문그룹은 김진표 의원 지지 움직임을 보였다.
친문세력은 이번에도 이해찬 대표의 측근인 김태년 의원을 지지하는 그룹과 이인영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특히 친문 핵심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이 물밑에서 이 원내대표의 선거를 돕는다는 설이 많았다.
전당대회 당시 이해찬 대표의 당선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친문세력의 분화는 이인영 원내대표 승리로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친문세력 내부의 '세대교체' 흐름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 핵심세력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친문세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나뉘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친문과 비문의 경계가 결과적으로 허물어진 것 아닌가"라며 "친문·비문 논쟁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통합된 그림을 그리자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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