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바른미래, '권은희 포섭' 경쟁…"당내 캐스팅보터"
권은희, 강제 사보임 이후 최고위 불참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사실상 둘로 쪼개진 바른미래당 내에서 '권은희 의원 포섭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든 현 지도부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바른정당계 및 국민의당계 일부가 충돌한 가운데 권 의원이 힘의 균형을 깰 '캐스팅보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현재 당 정책위의장인 권 의원은 당연직 최고위원이다.
권 의원은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지도부 총사퇴론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현 지도부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당 지도부가 권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직 사임을 강행한 이후 현 지도부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지난달 26일부터 최고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다.
지난 2일 원내정책회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와 바른정당계의 대치 상황에서 권 의원이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라며 "권 의원이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정당계도 촉각이 곤두선 상태"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권 의원의 최고위 이탈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의 '당무 보이콧'에 청년직 최고위원인 김수민 의원마저 가세한 터라 파행 중인 최고위를 정상화하려면 권 의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 의원이 계속 최고위 불참을 이어갈 경우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최고위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주승용 의원·문병호 전 의원) 등 4명으로만 꾸려져 아무런 의결도 하지 못하는 '식물 최고위'로 전락하게 된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빨리 최고위를 정상화해 밀려 있는 주요 안건들을 의결해야 한다"며 "권 의원을 최대한 설득해서 최고위에 돌아오게 할 생각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일부 의원들 역시 물밑에서 권 의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권 의원이 당무 거부에 이어 지도부 퇴진 움직임에 합류할 경우 현 손학규 체제의 종식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의 측근 인사이자 당내 중량감이 큰 권 의원마저 지도부 퇴진론에 가세하면 지도부가 더는 못 버틸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현 대치 상황에서 '중간 지대'에 위치한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다수 의원의 행보도 권 의원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권 의원은 기존 정치인과 결이 다른 사람"이라며 "정치적 사안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가볍게 밝히고 하는 분이 아니어서 우리들로선 권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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