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일제 강점기 시대상 담은 사진엽서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제 강점기 시대상을 담은 사진·그림 엽서를 평생 모아온 재일동포 수집가 고성일(72) 씨가 '사진엽서로 보는 근대조선'을 최근 발간했다.
이 책자는 구한말의 상황과 경복궁·경운궁·창덕궁 등 왕궁사진을 비롯해 경술국치, 조선총독부 통치, 항만·철도 공사, 공업·농업 진흥, 당시 서울 거리와 건축물, 교육, 관광, 군사, 관혼상제, 종교, 직업, 풍속 등 다양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184점이 수록됐다.
고 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엽서 업자가 조선 방문객을 위해 선물용으로 만들었거나 조선총독부나 일본의 행정기관이 식민지배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간행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본의 시각에서 만들어졌지만 당시 조선이 처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이 담겼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 왕조를 세계열강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식민지화하는 과정이 엽서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을사늑약 후 남산에 자리한 조선 초대 통감부가 건물 엽서에는 "웅장한 데다가 서울 시가지를 굽어볼 수 있어 최상의 위치"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 당시 일본의 식민지화에 대한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또 한일합병된 그해 10월 1일 자로 발행한 '조선총독부 시정기념 엽서'에는 벚꽃(일본 상징)과 배꽃(조선 상징)을 배경으로 양국 어린이들이 손을 잡고 노는 안쪽에 일장기를 든 소녀가 그려 넣어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선전한다.
이밖에도 돌잔치, 결혼, 장례 등 당시 풍속을 찍은 사진엽서도 수록해 시대상도 살필 수 있다.
제주도 출신으로 1965년 일본으로 건너간 고 씨는 지금까지 5천여 점의 엽서를 모았고, 사진·광고·편지 등 관련 자료만도 1천여 건 소장하고 있다.
그는 "일본엽서협회 관서지부의 도움으로 책을 발간했는데 기회가 되면 한국어판도 내고 싶다"며 "잃어버린 역사를 후세에 전하려고 평생을 모아온 엽서 등 수집물을 소장해서 전시·연구·교육할 박물관 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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