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대구 집창촌서 쉬쉬해온 조폭피해 폭로…수사 착수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 오랜 기간 금품 갈취, 인권 유린 등 피해 호소
광역수사대 증언 수집 나서…가해 지목 인물 "음해, 법적 대응"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철거를 앞두고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이 수년간 조직폭력배로부터 겪은 금품 갈취, 폭행 등 피해를 폭로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생활 터전이 사라질 상황에 부닥친 성매매 관련 종사자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이 떳떳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갈마당이 없어진다고 보고 겪었던 불법까지 덮여서는 안 된다"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이곳 종사자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은 "자갈마당 민간개발을 앞두고 몇몇 사람이 자신들 이해관계에 따라 없던 일을 마치 실제 있었던 것처럼 소문을 내며 나를 음해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로 거짓임이 드러날 것으로 확신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3일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최근 입수한 첩보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인 사건은 자갈마당에서 성매매 영업을 했던 업주와 여성 등 상당수가 A씨와 주변인으로부터 오랜 기간 금품 갈취, 폭행, 인권 유린 등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한때 자갈마당에서는 50여곳에 이르는 성매매 업소가 영업했으며, 피해를 주장하는 업소 관계자들은 A씨가 이곳에서 오랜 기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증언했다.
한 성매매 업소 관계자는 "A씨 등은 손님 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주는 일 등을 대신해준다는 명목으로 업소 수십곳을 상대로 매달 30만∼50만원씩을 뜯어갔다"며 "A씨에게 밉보이면 장사를 할 수 없는 탓에 싫어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다는 한 업주 가족은 "A씨는 이곳에서 장사하려면 가입비 500만원을 내야 하며 매달 협회비 35만원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를 어기면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밖에 업소 관계자들은 폭행, 성매매 여성 인권 유린 등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자갈마당 일대를 근거지로 한 조직폭력단체에 몸을 담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매매 업소 종사자 등을 상대로 금품 갈취, 폭행 등 불법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이런 의혹에 연루돼 답답할 뿐이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성매매 업소 종사자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피해 증언 등을 수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자 및 관련자 여러 명을 조사했으며 추가 조사대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증언이 나온 만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한 점 의혹 없이 조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1900년대 초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자갈마당은 현재 민간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오는 5월 말께 사업승인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민간개발 시행사 도원개발은 2023년까지 1만9천㎡ 터에 아파트 886세대, 오피스텔 256세대 등 1천142세대 규모 주상복합단지 5개 동(지하 6층·지상 48∼49층)을 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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