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경찰서, 표창장·포상금 수여…"처벌보다 예방이 우선"
(파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한밤중 음주운전을 하는 차량을 추격해 차를 멈추게 하고 사고를 예방한 용감한 시민에게 경찰의 표창장이 수여됐다.
3일 경기 파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11시께 파주시 운정신도시 부근에서 문선일(35)씨는 '지그재그'로 운행을 하는 수상한 차량을 목격했다.
해당 차량은 신호를 2차례나 위반하고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하게 운행을 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문씨는 누군가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차량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파트 신도시 주변이어서 사람을 치기라도 한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옆 차선에 있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에게 "음주운전 차를 세울 때까지만 에스코트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문씨가 약 4㎞를 따라가 음주운전 차량을 겨우 멈춰 세웠더니, 열린 창문 사이로 진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
음주운전자인 30대 남성 A씨는 문씨에게 "너 뭐냐, 경찰이냐?"며 오히려 화를 냈지만, 문씨는 당황하지 않고 112에 신고를 한 뒤 경찰의 출동을 기다렸다.
그 사이 다시 차량을 몰아 달아나려던 A씨는 신호에 걸렸고, 문씨가 재빠르게 쫓아가 음주운전 차량의 시동 키를 뽑으면서 A씨의 도주극은 종료됐다.
문씨는 A씨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차량 뒤에 삼각대를 설치, 교통사고 예방조치까지 했다.
신고한 지 5분이 채 안 돼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적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음주운전 차량을 발견하고 이처럼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문씨가 2005∼2012년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할 당시 운전병을 관리하는 임무를 하며 사고처리 요령을 몸으로 익혀둔 덕이었다. 군에서 전역한 뒤에는 차량 장기렌트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문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음주운전 차량을 보자마자 혹시라도 귀갓길 학생들이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며 "나도 집에 아내와 딸이 있는데, 음주운전은 한 가정을 망가뜨리는 사고의 주범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면서 "모든 사람이 음주운전만큼은 경각심을 갖고 술을 마실 때는 절대 차를 놓고 간다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철민 파주경찰서장은 문씨에게 표창장과 신고포상금을 수여하며 "투철한 시민의식을 가진 용감한 행동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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