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공적기준 시기 '1945년 8월14일 이전' 한정해야"
민주, 국회서 독립유공자 서훈 정책토론회 개최
이만열 "사회주의자·北 거주인사들도 독립유공자 인정을"
정용욱 "식민지시대 공산주의운동, 독립운동 일환으로 평가해야"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일 개최한 독립유공자 서훈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 시 공적 기준 시기를 '1945년 8월 14일 이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광복 이후의 사회주의 활동 등은 심사에서 배제하고, 광복 이전 독립운동 행적만을 심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 시 사회주의자들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회와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정책토론회, 독립지사 서훈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개최했다.
국사편찬위원장 출신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행 심사 규정은 해방 이후의 행적을 독립운동 행적과 섞어버려 독립운동 행적을 순수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독립운동 평가 대상의 시기는 1945년 8월 14일까지로 하고, 해방 이후의 행적은 포상의 대상에서 불문에 부쳐야 한다"며 "사회주의자들과 현재 북한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독립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5년 8월 14일 이전 독립운동에 나섰던 사회주의자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포용성을 확인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이 명예교수는 서훈 판단 기준으로 앞서 친일 진영에 섰더라도 나중에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면 독립운동 공적만으로 서훈 여부를 판단하는 '선친일(先親日)·후독립(後獨立)' 원칙을 같이 제시했다.
그는 "먼저 친일을 했더라도 후에 독립운동을 했다면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앞선 친일 행각으로 훗날의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하지 않으면, 반대의 경우인 '선독립·후친일' 문제에서 친일 행위를 가리는 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평가도 마찬가지다. 먼저 독재에 편에 섰더라도 나중에 민주진영으로 돌아왔다면 민주 인사로 인정한다"며 "그러나 먼저 민주의 편이었다가 나중에 독재에 편에 섰다면 민주화 인사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명예교수는 "훈·포장을 수여 받은 독립유공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포상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며 "서훈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별도 등급을 신설해 표창 등을 수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는 "서훈 평가 시기를 1945년 8월 14일까지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 정통성과 포용성을 부여하고 사회주의자 서훈 문제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서훈 등급 부여와 관련한 기준을 분명히 해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최근 유관순 열사의 서훈을 1등급으로 상향한 것은 다른 유공자들을 감안했을 때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정용욱 교수는 "식민지 시대 공산주의 운동은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한 것으로, 그 부분을 평가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해방 이후 불행한 역사를 겪었다고 그들을 방치하는 것은 지금 우리 국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 관계자들과 함께 역사와 정의 특위 위원장인 강창일 의원과 3·1 운동·임시정부 100주년 특위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과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성현 보훈처 보훈예우국장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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