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천명 넘는데 급식실은 360석…"밥 먹다보면 수업종 땡"
1천명이 1시간 안에 '헐레벌떡' 속도전 급식도…경기 70개 학교 '3회전 급식'
교실·식당 '병행급식'도 209곳…유휴교실 부족해 급식실 리모델링도 어려워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학생 수가 1천명 넘어가는 학교들은 사정이 대부분 비슷할걸요?"
경기도 용인시 A 초등학교는 급식을 3번에 나눠서 한다.
전교생은 1천100여명인데 급식실 좌석은 360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30분 1∼2학년부터 시작한 급식은 오후 1시 40분이 되어서야 끝난다.
마지막 배식 순서인 5∼6학년 학생들은 오후 1시 10분이 되어서야 식판을 들고 줄을 설 수 있다.
5교시가 시작하는 오후 1시 40분 전에 식사를 마쳐야 하므로, 교실과 급식실 간 이동시간, 배식 시간 등을 고려하면 밥 먹는 시간은 15분 안팎이다.
정오가 한참 지난 뒤 겨우 숟가락을 든 학생들은 허겁지겁 밥을 먹자마자 교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A 초등학교 급식실 관계자는 "배식 순서가 늦은 고학년은 아무래도 배고파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학년에 비교해 더 많이 먹는다"라며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식당 좌석 수 문제 때문에 3차 배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전교생 1천100여명인 용인의 B 중학교의 급식실 좌석 수는 743석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인데도 점심시간이 되면 북새통을 이룬다.
혼잡을 줄이려 정오부터 교직원이 먼저 식사한 다음 학생들은 4교시를 마친 뒤인 12시 50분부터 밥을 먹는데도, 뒷차례인 학생들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식판에 있는 음식을 입에 쓸어 넣어야 할 지경이다.
B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최 모(45) 씨는 "딸이 점심시간에 밥 먹다 보면 수업 예비종이 울려 다 못 먹는 친구가 많다더라"라며 "집에 오면 배고파한다"라고 말했다.
B 중학교 급식실 관계자는 "성장기 학생들이다 보니 먼저 밥을 먹은 일부 학생이 다시 식판을 들고 와 또 먹겠다고 하면서 줄이 길어지는 등 학기 초에 좀 혼잡이 있었다"라며 "앞으로는 재배식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2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수 대비 식당 좌석 수가 턱없이 부족해 '3회전 배식'을 하는 곳은 70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7곳이 초등학교, 2곳이 중학교, 11곳이 고등학교로 학생들이 처음 급식을 접하는 초등학교가 제일 열악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 학교에서 일부 학생은 급식실에서, 나머지 학생은 교실에서 밥을 먹는 기형적 형태인 '병행 배식'을 하는 학교가 209곳(전체 학교 대비 8.7%)이나 된다.
급식실 리모델링으로 좌석 수를 늘리고 싶어도, 이들 학교 상당수가 일반 교실도 부족한 '과밀학교'이다 보니 리모델링할 공간을 구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택지개발 지구 내 학교 신설 단계에서 예측한 학생 수보다 실제 입학한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일반 교실 뿐만 아니라 급식실 부족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며 "급식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