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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만의 개봉 노동영화 '파업전야'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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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만의 개봉 노동영화 '파업전야'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990년대 대표적인 독립 노동영화로 꼽히는 '파업전야'가 다음 달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에 개봉한다. 1990년 영화가 선보인 지 29년 만에 정식 극장 개봉이다.
'파업전야'는 당시 이용배(현 계원예술대 교수), 이은(명필름 대표) 등이 속한 영화제작집단 장산곶매가 만든 작품. 1988년 성장을 거듭하던 한 금속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기계부품과 같은 삶'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과 사용자 측의 탄압 등을 그린 극영화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야와 잔업을 자처하던 스물다섯살 젊은이 한수(김동범)가 어느 순간 사측의 구사대가 돼 동료들과 대치하면서 현실을 깨닫는 과정이 중심축이다. 공동 연출을 맡은 이은기·이재구·장동홍·장윤현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인천의 한 금속공장에서 합숙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1년여에 걸쳐 완성된 뒤 1990년 3월 서울 신촌 한 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관객에게 공개됐다. 그 뒤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됐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상영장마다 공권력을 투입해 필름을 압수하고, 전남대 상영 때는 헬기까지 동원해 상영을 방해했다. 당국의 탄압에도 '노동현장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 연출을 맡은 장동홍 감독은 15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한 명의 노동자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며 각성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면서 "당시 대학가를 돌면서 '도둑상영'을 했었는데, 과거가 '야만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 감독은 "당시 공장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핍박받았는데, 30년 지난 지금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외형과 조건만 바뀌고 본질은 똑같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TV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보면 들소 무리에서 이탈한 한 마리가 사자의 표적이 되고, 잡아먹히려는 찰나에 들소 떼가 달려들어 구한다"면서 "'파업전야' 이후 30년 세월이 흘렀지만, 인생사의 모든 부분에서 그런 법칙이 관철되는 것 같다. 힘을 합쳐야 살 수 있고 자신도 도움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당시 장산곶매 대표로 지명수배까지 받은 이용배 교수는 "영화 운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수배자 신세가 되니 무섭기도 했다"면서 "제 인생에서 (수배자 생활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은 한국사회에서 검열을 철폐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면서 "30년 동안 바뀐 문화적, 사회적 위상이나 우리의 노동 현실을 돌아볼 만한 여러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6년과 2014년 한국영화 100선에 이 작품을 선정했다. 당시 16㎜ 필름으로 찍은 이 작품은 4K 디지털 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극장에 걸린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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